그동안 한국교회는 다양한 방법으로 통일선교를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올바르지 못한 선교방법 사용과 그리스도의 성품을 갖추지 못한 일부 사역자들의 개인적 일탈과 경쟁적이고 이기적인 사역들 때문에 소중한 인적・물적 자원이 낭비되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바벨론 포로에서 귀환한 70년의 영적 의미가 진정한 회개에 있듯이, 분단 70년을 맞이한 이 시점에서 한국교회는 그동안의 통일선교 사역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대안을 모색해야만 할 것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죄성을 가진 연약한 존재이므로 평등성과 합리성을 충족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서 그 안에서 살게 해야 질서를 이루며 산다. 이런 원리는 통일선교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아무리 옳은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해도, 그것을 지켜도 아무런 보상이 없고, 지키지 않아도 제재가 없다면 아무도 따르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개별적인 통일선교사역자나 통일선교단체, 각 교단 모두에 해당된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모든 교단과 북한사역을 감당하는 교회들과 선교단체를 총망라하여 통일선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조직을 반드시 구축해야만 한다. 현재의 상황에서 올바른 선교방법을 제시하고, 제대로 자격을 갖춘 사역자를 길러내며, 연합과 협력의 사역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간절한 바람대로 통일의 문이 열려서 누구나 자유롭게 북한을 출입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이 왔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 더욱 필요하다. 생각해 보라. 지금의 상태에서 북한의 문이 열리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지금의 상황이라면 아무런 원칙도 없이 너도 나도 각개 돌진하여 북한 땅에서 신자 쟁탈전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하지만 한국교회가 지금부터 통일선교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준비해 간다면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 개방 시기의 선교정책과 행동수칙을 다양한 토론과 집중적이고 전문적인 연구를 통해 미리 수립할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각 교단과 중대형 교회들과 선교단체들이 협력하여, 준비된 탈북민 사역자들과 함께 그들의 고향으로 일사분란하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아노미 상태에 빠진 북한주민들의 당면한 필요를 채우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며, 신학적인 차이보다는 십자가 복음의 공통점을 중심으로 단일교단의 기독교회를 세울 수도 있게 된다.
오래전부터 이런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계속 있어왔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도 한국교회를 망라하는 통일선교의 컨트롤타워를 세우지 못하고 있는가? 가장 중요한 원인은 그 필요를 모두가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일은 너무 멀리 있는 것으로 느껴졌고, 다들 개 교회 성장과 교단 정치, 국가권력과의 유착에 마음을 빼앗겨 있었다. 몇 차례의 시도가 번번이 실패로 끝나는 것도 경험했다.
하지만 지금은 선교환경이 달라졌다. 예레미야의 70년 예언이 목회자들과 평신도 지도자들의 마음을 깨우고 있고, 통일선교의 뜨거운 열기가 어느 때보다도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바로 지금이 하나님이 주신 카이로스의 때이며, 연합의 시기에서 실질적 준비기로 접어들어야 하는 분수령을 세워야 할 때이다.
이제부터 한국교회는 제대로 된 통일선교사역을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북한을 향한 무관심도 극복하고, 좌우 양극단으로 치우친 관점도 극복하여 평화통일을 선도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그냥 내버려두면 북한 체제가 스스로 무너질 것이란 허상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서 대북 교류협력을 활성화하여 ‘사실상의 통일’을 향한 발걸음을 한발 한발 성실하게 내딛는 일에 앞장 서야 한다.
“주여! 70년이 찼나이다”라는 간절한 절규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폭압에 시달리는 동포의 고통에 대한 안타까움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통일선교를 선도적으로 이루어야할 사명을 가진 한국교회가 피 묻은 십자가 복음의 능력을 회복해야만 한다는 간절함이 앞선다. 결국 하나님의 주권 아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한국교회가 먼저 하나 될 때, 남북을 한 새 사람으로 지어 하나님과 화목하고, 열방을 복음으로 섬기는 통일한국을 한반도에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