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장신대(총장 김명용)가 종교개혁 498주년과 얀 후스 서거 600주년을 맞아 '종교개혁제'를 21~22일 양일간 진행하고 있다.
21일에는 서울 광진구 광장로 장신대 소양관 510호에서 정미현 교수(연세대 교목), 이종실 선교사(체코) 등을 초청, 종교개혁제 세미나를 '얀 후스, 21세기 한국교회를 논하다'라는 주제로 개최했다.
'얀 후스'는 성서를 유일한 권위로 강조하며 고위 성직자들의 세속화를 강력히 비판했던 체코의 기독교 신학자이자 종교 개혁자다.
얀 후스는 로마 가톨릭 교회 지도자들의 부패를 비판하다가 1411년 대립 교황 요한 23세에 의해 파문당했다. 1414년 콘스탄츠 공의회에 소환되어 화형에 처해졌다. 하지만 그가 화형당한 이후 그의 사상을 이어받은 사람들이 보헤미안 공동체라는 공동체를 만들고, 그의 주장은 마르틴 루터 등 알프스 이북의 종교개혁가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이날 정미현 교수는 '체코 종교개혁의 유산'이라는 발제에서 "2015년은 얀 후스 순교 600주년"이라며 "후스의 신학적 사상은 중세기에서 종교개혁으로 이어지는 시기에만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라, 체코의 근현대에도 면면히 살아남아 '벨벳혁명'(무혈혁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한국교회는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만을 언급한다"며 "후스가 루터보다 100여년 앞서 종교개혁을 감행했던 사실은 거의 알지 못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 교수는 "장로교가 개신교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교회에서는 그 뿌리가 되는 스위스의 종교개혁자 츠빙글리와 칼뱅에 대하여 루터보다 더 주목해 봐야 하며, 종교개혁의 다양한 측면을 이해하기 위해 종교개혁의 선구자가 되는 체코의 종교개혁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체코 종교 개혁의 유산에서 21세기 우리 한국교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찾고 싶다"며 후스의 종교 개혁의 주요 사상 중 하나는 '진리로 인한 승리!'였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후스의 삶은 진리를 탐구하고 수호하고자 하는 열의로 가득했다"며 "교황과 교권이 교회의 중심이 아니라고 외치며 제도화된 교권주의에 도전해 근본적인 개혁을 부르짖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로마 가톨릭 교회는 베드로를 교회의 기반으로 보며 이를 계승한 로마의 감독이 교회의 최고 권위자로 군림했지만, 이에 문제를 제기하고 예수가 교회의 초석이며 머리가 됨을 강조했다"며 "후스에게 있어서 이 지상의 교회는 끊임없는 개혁의 대상이지 완전하고 이상적 형태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후스의 종교개혁 사상에는 '종말론적 희망'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그의 진리 이해에 있어서 기본적 바탕은 종말론적 희망"이라며 "이러한 종말론적 희망은 내세를 향한 안일한 영적 도피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모든 죄악과 불의를 외면하지 않고 응전하게 하는 근원적 힘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체코의 종교개혁은 많은 민족사적 고난의 역사였다"며 "많은 신앙의 선배들이 있었고, 개혁주의적 신앙의 유산이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은 얀 후스가 말했듯 궁극적인 '종말론적 희망'이 끊임없이 함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정 교수는 후스의 종교개혁은 기독교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고, 후스의 뜻을 이어받은 후스파로 형성된 보헤미아 동포단은 독일 경건주의의 모태가 됐다고 말했다.
또 정 교수는 "이러한 체코의 종교개혁 유산은 한국교회와 사회에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며 "1908년 다양한 분파로 분열됐던 체코 개신교회는 연합체제를 형성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으며, 이것은 이미 15세기 후반 다양한 형태로 생겨난 개혁주의 신앙인들이 보헤미아 동포단의 결성으로 함께 연합했던 것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안교성 교수(장신대)는 논찬을 통해, "얀 후스의 순교를 비롯한 체코 종교개혁은 과거 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 의의가 있으며 한국에도 시사점이 많다는 점이 강조됐다"며 "후스 종교개혁 사상의 핵심적인 것은 ▲진리의 승리 ▲종말론적 희망 ▲인정과 분배정의 등이며, 한국교회에 대한 교훈은 ▲연합정신 ▲사회개혁 ▲정의에 기초한 평화였다"고 말했다.
문호주 박사는 논찬에서 "발제자는 후스의 개혁이 단지 교회 개혁에 그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 중심의 복음적 진리 위에서 종말론적 희망을 가진 참된 신앙공동체의 모습을 회복하려 했던 아래로부터의 운동이었음을 주장했다"며 "또한 후스 개혁의 대표적 사례로 사제나 특권층에 제한되지 않은 모든 성도의 이종배찬 성만찬 회복을 제시함으로써 분배정의적 측면에서의 후스의 예배 개혁에 대한 평가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