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중등교육과정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대학 교수들의 '집필·참여 거부'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성균관대학교·서울시립대학교·중앙대학교 사학 및 역사학과 교수 29명은 15일 성명을 통해 "역사를 국정화하는 것은 전제정부나 독재체제에서나 행하는 일"이라며 "국정교과서의 집필참여를 거부할 뿐만 아니라 제작과 관련한 어떠한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지침에 따라 편찬된 역사교과서는 학생들의 다양한 인식과 창의력 그리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포용하는 민주주의적 사고능력의 성장을 저해한다"고 주장하며 정부는 시대착오적인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조치를 시급히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또 서울여대 교수 62명은 성명에서 "권력이 특정 역사상을 강제하고 그것을 청소년들에게 주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문명적 민주주의 국가와 사회의 상식이자 규범"이라고 지적했다.
교수들은 "극소수 지식인들이 자의적으로 만든 역사상을 국정 역사교과서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독점적으로 주입하려는 정책은 오히려 역사학의 학문적 성과를 부정하며 역사교육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만행"이라며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의 시행을 중단하고 역사교육의 정상화와 보편적 민주주의 가치의 존중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역사계열·영어영문학·국어교육과 등 교수 74명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학계, 언론계, 시민사회의 우려가 강했지만 정부는 결국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정책을 결정했다"며 이는 21세기 국제적 상식에 현저히 어긋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 연세대학교 사학과 교수들을 시작으로 고려대학교 역사계열 교수들과 경희대학교 사학과 교수들도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지금까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고 선언한 교수는 191명으로 늘어났다. 덕성여자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사학과 교수들도 조만간 성명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