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오늘날 해외 오지에서 묵묵히 선교사역을 감당하는 선교사에게 주어지는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인 '언더우드선교상' 시상식 및 기념강좌가 8일 연세대학교 루스채플에서 열렸다.
언더우드선교상은 연세대학교(총장 정갑영) 언더우드기념사업회가 우리나라에 복음을 전하고 고등교육의 씨를 뿌리는 데 일생을 바친 연세대 설립자 언더우드 선교사의 사랑과 섬김, 선교정신을 기억하고 이어가기 위해 2001년 제정해 매년 수상자를 냈다. 또 2010년부터는 개인 및 선교단체에 선교비지원 수상자도 선정해왔다. 언더우드선교상 상금과 선교비지원금은 제경오 동방푸드마스타 회장이 기탁한 30억 원의 기금이자와 교비, 남대문교회의 2천만 원 후원 등으로 지원한다.
올해 제15회 언더우드선교상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 협력선교사로 1991년 5월부터 필리핀에서 24년간 선교해 온 권영수(경환) 선교사가 수상했다. 권 선교사는 식량 부족, 질병, 반정부 게릴라 출현, 부족 전쟁으로 고통이 끊이지 않는 해발 2,000~2,500미터 산지의 미전도종족 원주민을 찾아가 64개 부족을 위한 54개 교회를 8개 지역에 개척하고, 연 1회 청소년 연합수련회, 연 4회 산지족 목회자 세미나 등을 통해 부족교회의 연합을 도모했다. 2005년에는 이들 교회가 연합한 필리핀 북장로교단을 설립해 지속적인 관계 유지의 기반을 만들었다. 이러한 노력은 부족 간 대화, 원주민들이 함께하는 평화촛불대행진 등으로 이어져 부족 전쟁을 현저히 줄이는 데 기여했다. 또 새생명말씀신학교(Zoe Logos Academy)를 세워 산지족 목회자 200여 명을 양성, 현재 55명이 산지족 교회 목회자로 활동 중이다.
권 선교사는 특히 산지족 청소년에게 교육을 통해 꿈과 비전을 심어주기 위해 2004년 6월 필리핀 교육부로부터 인가받은 킹스대학(전 루손동부대학)과 2011년 6월 부속 고등학교를 설립해 두 캠퍼스에 교직원 240명과 산지족 청년 5,100여 명이 함께하고 있다.
조재국 교목실장의 사회로 시상에 앞서 기념사를 전한 정갑영 총장은 "권영수 선교사님은 옛날 언더우드 선교사처럼 세상의 끝없는 유혹과 시련 가운데서도 힘들고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라는,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 길'을 걸어가는 분"이라며 "연세대학교, 언더우드사업회가 하는 일들이 앞으로도 이같이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여러 선교사와 선교단체에 밝은 빛이 되어 언더우드 선교사의 숭고한 뜻과 행적을 기리고 그 길을 따르는 이들이 더 많아지도록 기도와 격려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또 연합신학대학원 내 설립한 G.I.T를 통해 올해부터 아시아, 아프리카 오지 청년들에게 전액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하며 선교사로 키우고 있다며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하나님의 사랑에 기반한 사회를 만드는 제2, 제3의 언더우드 선교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과 응원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신현윤 교학부총장은 수상자 선정 경과에 대해 "130년 전 언더우드와 같은 심정으로 선교하는 분에게 언더우드선교상을, 개인 및 선교단체에게 선교비를 지원하며 지속적으로 언더우드 선교사의 정신 계승과 발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면밀하고 정확한 공적 확인을 거쳐 올해 권영수 선교사를 수상자로 최종 확정했고, 6회째를 맞이한 선교비지원은 개인부문에 파라과이의 박상하 선교사, 단체부문에 중동선교회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권영수 선교사의 활동 이면에는 권 선교사의 리더십과 한국교회의 선교 열정 및 우호적인 협력이 자리하고 있다"며 "의료단기선교팀의 의약품 및 치과진료 사역은 선교의 통로이자 산지족 원주민들에게 삶의 활력소가 됨으로써 권 선교사의 정착에 합력했고, 교회당 건축과 교육을 통해 하나님 나라 건설에 참여하려는 교회와 성도의 참여는 '큰 것은 작은 것에서 온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수 선교사는 수상 소감에서 "이 모든 영광을 살아계신 하나님께 돌린다"며 "특별히 선교는 저 혼자 이룰 수 없는 것으로, 끊임없는 사랑과 기도, 후원의 손길로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후원하고 파송해 주신 한국교회와 성도님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권 선교사는 또 "이 상은 제 개인의 상이 아니라 이 시간에도 필리핀 오지, 빈민가, 섬, 도회가에서 함께 눈물 흘리고 땀 흘리는 필리핀 선교사들도 함께 받은 상으로 믿고 그분들에게도 영광을 돌린다"며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의 사랑과 기도에도 감사드린다"고 말을 이었다.
권 선교사는 이어 "수상자 선정 소식이 들려지고 많은 이들로부터 격려와 박수갈채를 받았지만, 제 마음속에 다짐하는 것은 격려와 박수갈채에 결코 마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진정한 승리, 진정한 선교사의 자리는 한국교회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파송됐던 선교사들이 선교지에서 떠나지 않고 주님이 오시는 그 날까지 끝까지 지키는 것이라 믿고 새롭게 마음을 다짐했다"고 밝혔다.
한편, 선교비지원 프로젝트로 개인부분에 당선된 박상하 파라과이 선교사는 현지에서 서면을 통해 "더욱더 겸허히 성실하게 계획한 사업을 실행하겠다"며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시도하며 좋은 결실을 얻어, 아름다운 사역의 모범이 되도록 힘쓰고, 언더우드기념사업회가 주관하고 지원하는 선교사업의 목적과 취지에 부응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선교사는 원주민 자녀들에게 안정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문맹률을 낮추고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CIMA 프리스쿨을 운영할 계획이다.
단체부문에서 선정된 중동선교회 이사장 두상달 장로는 이날 "열사의 땅 중동에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31년 전 중동선교회를 시작할 때 사람들이 어리석고 무모하다 했지만, 기도와 하나님의 역사로 지금 엄청난 선교의 문이 열리고 개방의 물결이 일고 있다"며 "그 지역이 문 닫은 것이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가 이 지역은 아니라고 문 닫는 것이 가장 가슴 아픈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100여 명의 선교사를 발굴, 양성, 파송하며 선교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차원의 접근이었다면, 이제는 교육, 의료, 난민, 여성 등 전문인 사역으로의 확대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며 "130년 전 언더우드 선교사가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이 땅에 붙인 비전과 꿈, 스피릿을 중동 땅에 계속 붙이라는 부탁으로 알고, 하나님의 명령으로 붙들겠다"고 말했다. 중동선교회는 선교비지원금으로 북수단 옴두르만에서 난민촌 아이들을 위한 기독교 교육, 현지인 일자리 창출 등을 목적으로 유치원을 설립하게 된다.
이날 언더우드선교상 수상자 권영수 선교사에게는 상금 3천만 원이, 선교비지원 개인 수상자 박상하 선교사에게는 지원금 2천만 원, 단체 수상자 중동선교회에는 4천만 원이 각각 지급됐다. 또 권영수 선교사에 GMS(이사장 김재호)가 축하패 전달하기도 했다.
곧이어 진행된 언더우드 기념강좌에서는 김상근 연합신학대학원장의 사회로 문백란 박사가 '언더우드와 에비슨의 신앙관 비교'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상근 연합신학대학원장은 "끊임없이 창립자의 정신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이 연세대를 세계 100대 명문대학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연세대는 창립자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뿐 아니라 학문의 공동체, 학문의 장으로서 언더우드선교상에 이어 기념강좌를 개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