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5일에 남북당국은 무박4일의 밀당 끝에 의미 있는 남북합의서를 만들어냈다. 남북은 “지뢰폭발로 인한 남측병사의 부상에 대한 북측의 유감표명”이 사과인가를 높고 몇 차례 공방을 주고받은 것 외에는 이산가족상봉과 당국자회담으로 이어지는 합의 일정을 준수하려는 진지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8.25합의는 10월10일 전후로 북한이 미사일(로켓)을 발사할 가능성 때문에 중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 북한은 실제로 미사일을 발사할지와는 별개로 미사일(로켓)발사에 대하여 한국 및 국제사회가 간섭하지 말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한국의 분석가들은 북한이 저러다가 결국엔 발사할 것이라는 전망과 발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동시에 내놓고 있다. 북한의 속내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발사하지 않는다 해도 자주적인 선택으로 발사하지 않거나 발사한대해도 자주적인 선택으로 발사하겠다는 것까지는 읽혀진다.
그러나 한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의 자주적인 입장과는 거리가 멀다. 북한이 자주적으로 발사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다면 별탈이 없겠으나, 자주적으로 발사하는 쪽을 선택한다면 그 순간 8.25합의의 90%는 날아가 버린다. 8.25합의는 10월 이산가족 상봉을 끝으로 힘을 쓰지 못하고 더 이상의 남북관계개선은 진전되지 못하게 된다. 북한이 평화적 목적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한 것이라고 아무리 항변해도 한국 미국 중국에게 그러한 항변이 먹혀들어갈 여지는 전무해 보인다. “지혜는 그 낳은바 자녀로 안다”는 말씀처럼 북한은 남북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는 쪽으로 자주적인 선택을 하는 게 좋다. 필자는 북한이 그런 선택을 하도록 기도하고 있다.
무박4일간의 판문점 협상이 진행되던 바로 그 기간인 8월 22-23일에 동해안으로 빠져나가던 태풍 고니가 갑자기 방향을 직각으로 바꾸어 나선지역으로 들이닥쳤다. 사망 40여명 실종자가 200여명, 파손주택이 1070동 5240세대라고 발표되었다. 동포단체들이 다년간 이룩해온 제약공장이 멸실되었고 동포단체들이 공들여 심어온 수십만 그루의 나무들도 유실되었다. 국제사회는 긴급지원을 개시하였다. 유엔의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이 지원을 개시하였고 유니세프는 긴급의료품을, 국제적십자사는 긴급구호물자를, 세계식량계획은 긴급식량을 지원하고 있다. 유럽연합과 독일의 민간단체 캅아나무르도 긴급지원을 진행 중이다.
8.25합의를 남북은 “총력 단결하여 적을 두렵게 하였고 마침내 그런 합의서를 받아냈다”는 식으로 서로 승리주의적으로 해석한다. 그러다보니 수해가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북한은 한국정부에게는 어떠한 지원요청도하지 않고 있으며 한국정부는 북한의 지원요청이 와야 수해복구지원을 개시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지구 반대편 시리아 난민에 대해서는 방송하면서도 나선지역의 재난에 대해서는 당국과 언론 모두가 침묵하고 있다.
어느 목사님은 남북의 기 싸움에도 불구하고 1억5천만원 상당의 긴급구호품을 동포단체를 통해서 나선주민에게 지원했다. 다른 NGO는 나선지역 우암리, 굴포리 두 개 학교 어린이들에게 신발 500켤레를 동포단체를 통해서 긴급지원 했다.
북한과의 정치군사적 대결과 기 싸움은 북한인민의 재앙과 고통에 대한 따뜻한 지원과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특별히 한국교회는 정부와 보수사회가 생각하지 못하는 복음적 사랑실천을 즉각 개시해야 한다. 이번추석을 지나면서 남북당국의 마음을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어루만져주시고 동포임을 확인하는 온정의 나눔이 시작되기를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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