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부터 서해상에서 실시될 예정인 한미군사훈련과 관련해 북한이 19일 "군사적 도발이 시작되면 무자비한 대응타격이 개시될 것"이라고 위협한 것에 대해 정부는 일단 무대응 기조를 보이고 있다.
북측이 문제로 삼은 한미군사훈련은 통상적인 훈련인데다 우리측 지역에서만 사격이 이뤄지기 때문에 북한이 경고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해병대는 20일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도서에서 K-9 자주포와 20㎜ 벌컨포 등을 동원해 2시간가량 해상사격훈련을 할 예정이다.
이 훈련은 정기적으로 실시되고 있으며 군은 이날 오전 유엔사를 통해 북측에 이런 일정을 통보했다.
이 훈련에 대해 북측의 특이한 군사동향은 아직까지 감지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정부는 북한의 경고에 대해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한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실제 도발할 때는 사전에 경고가 없었다는 점에서 북한의 오늘 발언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여러 정황상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판단인 셈이다.
하지만 북한이 이례적으로 해당 지역 민간인에게 대피를 안내했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불안감을 조성하기 위한 심리전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지만 일정한 대비는 필요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군 당국자는 "합동 군사 전력을 운용해서 적이 도발하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군사대비태세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정부 당국자도 "여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안팎에는 북한의 이번 강경 발언의 이유를 앞으로 예정된 집중적인 한미군사훈련 일정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20일부터 5일간 군산 앞바다에서 실시되는 대잠수함 훈련을 시작으로 '키리졸브' 연습, '독수리 연습' 등 여러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4월말까지 진행된다.
유사시 한국 방어를 위해 신속한 미군 증원군의 전개를 숙달하기 위한 훈련인 키리졸브 훈련은 27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진행되며 미군 2천100명과 한국군 20만며명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음 달 1일부터 4월말까지 진행되는 독수리연습에는 미군 1만1천여명 등이 한국군 부대와 함께 지상 기동과 공중ㆍ해상ㆍ특수작전 등을 수행하는 훈련을 한다.
이는 한미가 통상적으로 실시하는 방어훈련이지만 북한은 이를 "침략전쟁 연습"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난하면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태도는 한미간의 방어훈련이 언제든 북측에 대한 공격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북한은 한미훈련이 시작되면 그에 맞춰 군사적 대비태세를 갖추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ㆍ식량난을 겪는 북측 입장에서는 이런 대비를 위한 사람과 물자 동원이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4월 강성대국 진입을 선언한 북한이 앞으로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비난 수위 등을 높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도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