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라도 더 우리 가족이 나눈 사랑을 기억해주신다면, 그것도 감사한 일이지요”
[기독일보] 뇌사 장기기증으로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기증인은 3,436명(2015년 9월 현재)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결정으로 세상을 떠나는 가족들의 장기를 기증했지만, 사회적으로는 이들을 격려하고, 예우하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지난 9월 6일,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2015년 장기기증의 날을 맞아 뚝섬유원지 내 수변무대에서 장기기증인의 사랑을 기억하고, 이어가자는 취지의 ‘2015 생명의 물결 걷기대회’를 진행했다. 이번 걷기대회에는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생존시 신장기증인 및 이식인,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 자원봉사자 등 752명이 참가했다.
특별히 이날 걷기대회에서는 그림 작가 53명과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91명이 직접 그린 기증인의 초상화 140여점이 전시됐다. 이번 전시회는 2006년 뇌사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난 김학빈 군(당시 14세)의 어머니가 보낸 편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사람이 진짜 죽은 때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는 때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아이가 오랫동안 많은 분들의 기억 속에 살아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내용을 편지를 통해 기증인들의 사랑을 기억하자는 캠페인이 진행되었다. 이번 전시회도 기증인들의 사랑을 사회적으로 알리고, 그 가족들을 예우하기 위한 일환으로 마련되었다. 이번 전시회 현장에서는 뇌사 장기기증인들의 유가족들이 직접 자원봉사자로 나서 기증인의 사연과 함께 장기기증과 관련한 경험 등을 시민들에게 전했다.
“오늘은 저 뿐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장기기증을 약속하는 날입니다!”
2015 생명의 물결 걷기대회에 참가하는 시민들 역시 저마다의 사연으로 걷기대회를 신청했다.
참가자 김덕용 씨는 “저희 부부는 오래전에 장기기증 서약에 참여했는데 이번 행사를 통해 아이들도 스스로 생명나눔의 소중함을 알게 돼 장기기증 서약에 참여했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기증인들의 사랑을 기리고, 가족과 함께 장기기증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마련한 이번 행사에는 일반 참가자 뿐 아니라 생명나눔의 주인공들이 대거 참여했다. 2009년 뇌사 장기기증으로 2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4살 최기영 군의 어머니도 참석했다. 당시 최 군은 음주운전 차량에 교통사고를 당해 더욱 안타까움을 더했다. 최 군의 어머니인 장미숙 씨는 행사장에 전시된 그림을 보고 아들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장미숙 씨는 남편과 세 아이와 함께 이번 행사에 참여했고, “기영이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분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걷기대회에서 종이공예로 재능기부를 한 뇌사 장기기증인 故 김기호 씨의 아내 서정 씨는 “매번 아이들과 함께 장기기증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러한 행사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아빠가 세상을 떠나며 실천한 장기기증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알려줄 수 있는 것 같아 의미가 크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또한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으로는 최초로 타인에게 자신의 신장 하나를 기증한 김충효 씨도 이번 걷기대회에 참석했다. 지난 2013년 6월,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5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아내 박선화씨를 따라 지난해 12월, 생존시 신장기증으로 한 생명을 살린 남편 김충효 씨는 6일 행사에 세 아들과 참가했다.
“우리 마음속의 별, 장기기증인의 사랑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이번 걷기대회 현장에는 생면부지 타인에게 자신의 신장하나를 생존시에 기증한 신장기증인들의 이름이 새겨진 기증인의 벽을 설치·운영하며, 생존시 신장기증인과 이식인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신장기증의 역사에 대해 시민들에게 안내햇다. 이 밖에도 시각장애인 체험 부스, 캘리그라피, 페이스페인팅, 종이공예, 석고방향제 만들기 등 다양한 부스를 통해 800여명의 시민들과 생명나눔의 감동을 나눴다. 또한 배우 김유리 씨, 배우 성병숙 씨, 개그맨 김대범 씨, 스포츠트레이너 아놀드 홍 등도 이번 행사에 참여해 시민들에게 생명나눔의 소중함을 전했다.
박진탁 이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생명나눔의 주인공들을 예우하고 이들의 사랑을 기억하고자 진행하는 걷기대회에 많은 서약자와 기증인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본부는 기증인들의 숭고한 나눔을 기리고, 그들에게 ‘잘했다’라는 칭찬을 해드릴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될 때 까지 다양한 정책과 행사를 만들어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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