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진흥법”이 지난 7월말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의 핵심 가치와 덕목은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의 8가지로 마음가짐과 사람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인성교육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고, 교육부장관이 5년마다 인성교육 종합계획을 세워, 학교 현장에서 인성교육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 법이 만들어진 계기는 지난 해 4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면서, 시민들의 인성에 대한 각성 요구가 있었고, 이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정의화 국회의장 등 102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발의하여, 올해 1월 20일 제정 공포되어, 7월부터 시행하게 된 것이다.
이 법이 ‘인성교육’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면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사실 인성에 대한 정의도 제대로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계가 학생들에게 어떤 인성교육을 하게 될지에 대한 논의와 합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문제점을 몇 가지 짚어보면, 우선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인성교육진흥법”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인성교육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인성교육이 없었다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또 다른 문제점은, 다른 나라에서는 왜 인성교육법이 제정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다. 다른 나라는 인성교육을 등한시해서일까? 인성은 법으로 강제될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나라 학교들에서 왜 인성교육이 무너졌느냐? 이는 교육 문화가 자유로워지면서 ‘인성교육’이 무너졌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 2011년부터 각 학교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학교 교실은 점점 막장으로 치달았다. 학생들에게 과도한 인권의식이 심어지면서 오히려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과 사랑이 사라지고, 선생님에 대한 피해의식과 저항만 키움으로 인성이 황폐해져 간 것이다.
선생님의 정당한 학교생활지도나 교육을 간섭이나 인권 침해로 보고 대항하려들며, 잘못된 자유의식이 팽배해지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나 존중보다는 이기주의에 빠지도록 만든 것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학교를 갈등과 투쟁장소로 만든 것이다.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학부모의 가정교육을 거부하게 하는 잘못된 인권의식이 가정의 인성교육 마저도 무너뜨리고 있다. 인성교육의 핵심인 학교와 가정의 교육이 황폐화 되니, 인성교육이 무너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작년 3월 12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발표한 ‘2013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에서 인용한, 교육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학교 현장에서 발생한 교권침해 건수는 무려 1만 9844건에 달한다. 교총이 2013년 한 해에 접수한 교권침해 사례만 해도 394건인데, 2009년의 237건에 비해서는 60%, 2012년의 335건에 비해서는 17.6% 증가한 추세이다.
이는 교권 실추와 학생들의 인성 파괴가 날이 갈수록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현재의 학생인권조례를 그대로 방치한 채, 교권과 학부모 교육권 회복 없이 인성교육법을 만들었다고 해서 인성교육, 혹은 올바른 인성이 회복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교육현장이 이러한데도 교육계를 거의 장악하고 있는 진보교육감이 주도하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심각한 고민을 해야 될 것이다. 교권 없이 어떻게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진단 말인가?
또 인성교육을 한다고 하면서, 법적 강제성을 띠고 있는데, 어찌 인성교육을 법으로 강제한단 말인가? 그리고 이 법의 제16조에 보면, ‘대학입시에 반영 한다’라고 하는데, 어떻게 인성교육을 계량화•지식화해서 평가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동법 제11조에 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인성교육프로그램의 구성 및 운용 등을 전문단체 또는 전문가에게 위탁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거기에다 인성교육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거나 교육과정을 개설하려는 자에게 ‘인성교육과정의 인증’을 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이는 인성교육법을 시행하면서도 사전 준비가 극히 미비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성교육 단체 법인은 44개이지만 인가된 곳은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꺼번에 모든 학생들에게 누가 인성교육을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인가?
또 자칫하면, 공교육을 통한 인성교육을 포기하고, 사교육에 의한 인성교육을 맡기는 꼴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검증되지 않은 사설 단체들에게 학교 교육 외에 교육을 맡길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잘못된 인성교육을 강요당할 수도 있다.
그 뿐인가? 이 법의 시행에 따라 인성교육을 앞세운 별별 학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학부모들은 또 하나의 교육비 부담에, 학생은 질 낮은 교육, 인성교육 학원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사설 종교 단체를 근간으로 한 ‘인성 뇌교육’이 이미 수년전부터 일선학교와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보급하려고 한 흔적들이 있으며,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인사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런 인사들이 ‘인성교육’을 기치로 시민단체를 만들었으며, 또 이런 단체들이 “인성교육진흥법” 으로 학교교육에 적극 개입하게 되면 이는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하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동법 제17조에, 교육감은 학교의 교원들을 일정 기간 연수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는데, 만약 교원들을 사교육기관에 위탁교육을 하게 되면 교원들 마저도 스스로가 사교육 현장에 내 몰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성교육에 대한 평가를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계량화, 객관화 하려고 할 때, 경쟁을 부추겨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대학입시에 이를 반영할 경우, 사교육 과열현상은 물론 인성교육 자체가 혼란스럽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인성교육에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종교교육”이라고 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종교편향을 이유로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에 제동을 거는 등, 오히려 퇴보(退步)를 보이고 있다. 학생들의 인성을 위해서라도 종교편향 시비를 떠나 종립학교 설립목적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종교에서 주장하는 덕목은 “사랑”이다. 사랑이 기초가 되지 않는 어떤 인성교육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인성은 사랑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인성교육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왜냐하면, 인성이 빠진 올바른 인격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성교육진흥법” 통과만으로, 인성교육이 잘 될 것이란 기대를 하는 것은 교육현장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다.
좀 더 체계적이며, 실제적이어야 하고, 검증된 사람과 단체의 내용을 담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무분별하고 급격한 인성교육이 오히려 인성을 망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교육부가 준비 없이 조급하게 밀어붙이는 식의 교육으로는 기대하는 교육효과는커녕 부작용과 함께 사회적 문제를 만들어 낼 것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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