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청춘희년운동본부와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는 3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한국사회의 대표 을(乙), 청년들의 부채문제”라는 이름의 토론회를 공동개최했다.
첫 번째 순서를 맡은 천주희 문화연구자는 ‘청년부채, 말하기와 말 걸기’ 라는 발제에서 청년부채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한정짓는 문화가 가장 큰 문제임을 지적했다. 이어서 대한민국의 청년 채무자들을 ‘가족’과 ‘국가’와 ‘금융’권력 사이에 ‘끼어있는 존재’로 정의하며 그들은 아직 복지정책의 대상으로 인지조자 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 동안 민간에서 자금을 모금해 학자금대출 연체자들의 빚을 탕감하는 사업을 진행해온 청춘희년운동본부의 김덕영 본부장 역시 청년들이 부채문제를 모두 자신의 탓으로만 돌리려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경향이 무한경쟁 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지속적으로 청년채무자를 양산해 낸다는 것이다.
청년채무자로서 부차탕감운동에 지원하여 혜택을 받은 김정주(31)는 자신의 경험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처음에 학자금대출을 받을 때는 멋모르고 받았습니다. 쉽고 편하고 간단해서. 하지만 그렇게 몇 번이 쌓이고 학교를 졸업할 즈음이 되니 쉽고 편하고 간단했던 것이, 어렵고, 복잡하고, 골치 아프게 되었습니다. 그 금액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시도 때도 없이 오는 문자와 전화의 독촉으로 말미암은 자존감의 상실이었습니다. 그 문자와 전화를 보면 마치 나는 굉장히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같이 느껴졌고 떳떳하지 못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래서 응당 이건 가난을 숙명처럼 타고난 나만의 문제이겠거니, '나만 그래' 라고 생각을 하고 버텨왔습니다. 근데 어느날 아주 조금 주위를 둘러보니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다들 비슷한 학자금대출로 말미암은 열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약탈적 금융사회’의 저자이기도 한 이헌욱 변호사는 청년부채의 원인으로 소득의 결핍과 필수지출에 대한 과도한 사적 부담을 들었다. 해결책으로는 좋은 일자리의 창출과 함께 이미 발생한 부채에 대한 다양한 사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청년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를 간소히 해줄 것을 주문했다.
청년부채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의 대표인 한영섭은 작년 한해, 20대 청년의 부채가 11.2%나 증가하였다고 언급하면서 청년부채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청년들이 무분별한 대출광고에 노출되어 있을 뿐 아니라 제대로 된 금융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음을 지적하면서 정부차원에서 청년들이 상시적으로 금융상담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자금대출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장학재단의 관계자가 직접 패널로 참가하였다. 조남섭 일반학자금 대출부 팀장은 정부의 학자금대출 정책과 입장을 소개하는 한편 패널들의 정책제안을 듣고 구체적으로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청년부채문제와 관련해 정부와 의회를 비롯해 시민단체와 청년당사자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해결을 모색하는 뜻 깊은 자리였다. 이들은 이 땅의 청년들을 돕는 길은 단순히 복지의 차원을 넘어 이 사회에 ‘먼저 온 이들’이 ‘나중에 온 이들’을 환대하며 공생하는 길을 찾는 일이라는데 모두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