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어머니,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아낌없는 사랑으로, 신앙으로 양육시켜주어서 감사했습니다. 우리 집에 가진 것이 없어서 미안해하는 마음으로 신앙밖에 남겨줄 것이 없다고 한 그 말 덕분에 하나님을 외면하는 삶이 될 수 있었지만, 주의 길을 가는 자로서 살 수 있었습니다."(故 김수석 형제 유서 중)
서부아프리카 감비아에서 물에 빠진 현지인 소녀 두 명을 구하다 숨진 김수석 형제는 단기선교사로 파송되기 전 작성한 유서에서 무엇보다 신앙을 전수해준 부모님께 감사하는 속 깊고 착한 청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신의 순교를 통해 사람들에게 선교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깨달아지고, 이 같은 삶을 사는 자들이 많아지길 바라는 신실하고 헌신적인 신앙의 소유자였다.
지난 2월 전역한 후 한국컴미션에서 한 달간 숙식하며 공동체훈련을 받은 그는 5월 5일 감비아 단기선교사로 파송되기 전날 불의의 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날 때를 대비해 작성한 유서에서 "만약 선교지에서 순교한다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 순교자의 삶을 가게 하신 것에 감사한 마음"이라며 "부모님을 비롯하여 저를 아껴주신 분들께 감사하고, 슬프지만 훗날 천국에서 마주할 것을 기대하며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했다.
1993년에 태어나 올해 22세인 그는 혹시 젊은 날 선교지에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솔직히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더 많은 하나님의 일을 하고 기쁨이 되는 삶, 영광을 돌려드리는 삶을 살고 싶었는데 하나님의 계획은 아무도 알 수 없기에 이 또한 하나님이 저를 천국으로 부르신 이유가 있을 거라 믿는다"며 "하나님 안에서 행복한 믿음의 가정이 되길 소망하며 기도했는데 보지 못하고 천국에 먼저 간 것이 안타깝다"고도 했다.
그는 특히 신앙으로 양육시켜주신 어머니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어머니의 신앙 덕분에 주의 길을 가는 자로서 살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사도행전 20장 24절인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거하는 일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씀"이라며 "이 말씀처럼 나의 순교로 인해 복음 전하는 일의 중요성이, 선교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자각되고 그러한 삶을 사는 자들이 넘쳐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수석 형제는 충남 논산시 강경읍에서 5대째 기독교 집안인 아버지 김경후 집사, 어머니 김미정 집사 사이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강경중앙장로교회(이승남 목사)에서 신앙생활을 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잠시 신앙적 방황과 갈등을 겪기도 했지만, 어머니의 권면으로 곧 다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삶을 하나님께 드리기로 결단했다. 2011년 대전신학대학교에 입학해 신학을 공부하면서 한국대학생선교회(CCC)에서 활동했고, 2012년 선교한국 대회에서 선교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목회의 방향이 선교가 되는 사역'을 소망하던 그는 컴미션 요나선교학교에서 훈련받으며 전역 후 휴학을 해서라도 단기선교를 나갔다 오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재정을 모으기 시작했다.
김수석 형제는 2013년 6월 군종병으로 입대해 군에서 받은 월급을 저축했고, 2015년 2월 전역 후에도 수개월 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으로 꿈에 그리던 단기선교를 떠났다. 오는 12월까지 감비아의 NGO단체인 WAM에서 교회, 유치원, 학교 사역 등을 돕고 복학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11일 미국의 단기선교팀, 현지 학생들과 함께 대서양 바닷가인 카통(Katong) 해변에서 물놀이하던 중 현지인 소녀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다. 당시 그는 파도에 휩쓸린 두 명의 현지인 소녀 중 한 명만 구하고, 나머지 한 명과 함께 바다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지난 23일 김수석 형제의 유해는 충남 논산으로 돌아왔으며, 25일 천국환송예배(발인예배), 하관예배를 드렸다. 강경중앙교회와 대전신학대 공동 주관으로 논산 강경의 장례식장에서 진행된 천국환송예배에는 대전신학대 김명찬 총장이 '내가 달려갈 길'(행20:24)을 주제로 메시지를 전했다. 김 총장은 이날 김수석 형제의 살신성인을 기리며 "본교의 모든 구성원이 유가족에 깊은 애도와 위로를 드리며 고인의 선교적 순직의 신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지도교수였던 임채광 교수는 조사에서 김수석 형제가 처음 입학했을 때의 모습부터 2학년 과대표로 선출돼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며 희생하고, 탁월한 리더로서 활동했던 모습 등을 추억했다. 임 교수는 "모두들 김수석 학우 그대를 좋아하였고, 늘 기도하고, 사랑으로 교제하는 그대의 영성에 매료되었다"며 "우리 모두는 김수석 학우를 하나님이 아주 크게 사용하시리란 믿음이 컸는데, 주님은 전혀 다른 계획을 세워 놓으셨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셨고 너무나도 빨리 당신의 품으로 데려가셨네"라며 슬퍼했다. 또 "그대는 대전신학대 62년 역사에 순교적 사명을 감당한 첫 번째 재학생 선교사"라며 "학교와 교회, 가문을 빛낸 그대의 사역을 기리고, 그 영적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이제 고민하고 만들어가며 새로운 의미와 역사를 세워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경중앙교회 이승남 목사는 고인의 사랑과 희생을 전국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 소속 교회가 함께 기억할 수 있도록 총회에 순직을 청원했다고 밝혔다.
아버지 김경후 집사(52)는 평상시와 같이 26일 주일예배를 드린 후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하나님 앞에 간 아들이 이젠 돌아올 수 없으니 천국에서 만나면 된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어 "다만 아들의 정신과 삶이 믿는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살아있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일과 복음을 전하는 일에 매진하는 계기가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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