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악화일로(惡化一路)로 치닫는 국정원의 행태, 그 끝은 어디인가?
국정원은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불법 선거개입, 선거운동을 자행하고, 죄 없는 시민을 간첩으로 만들기까지 했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고, 국민적 불신과 개혁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런 국정원이 또 다시 국민적 의혹과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스크의 공개로 이탈리아의 IT기업인 해킹팀으로부터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해 내국인을 대상으로 불법 도․감청을 벌인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례적으로, 이병호 국정원장이 구입배경과 과정, 용도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하지만 관련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국정원과 해킹팀이 주고받은 이메일 분석 결과가 나올수록 거짓해명의 실체가 밝혀지고, 관련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2. 후안무치(厚顔無恥)의 국정원, 적반하장(賊反荷杖)의 새누리당
총선을 앞둔 2012년 3월 14일,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매를 대행한 나나테크가 35개의 해킹 회선 감시권한(라이센스)를 주문했고, 대통령 선거를 앞둔 같은 해 12월 6일에는 긴급 전자메일을 발송해 한 달 동안 30개의 해킹 회선 감시권한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문의한 정황이 드러나며 또 다른 선거개입 의혹이 제기되었다. 카카오톡과 국내 출시․판매용 핸드폰에만 국한된 해킹 요청, 벚꽃축제와 떡볶이 맛집, 인기 게임 서버에 대한 악성코드 생성 등 내국인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피싱 URL 제작을 요청하는 등 해외 북한공작원과 국내 연구를 위해 사용했다는 국정원의 해명과 달리 누가 봐도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 도․감청이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국정원이 구입․사용한 해킹 프로그램 또한 주요 선거를 전후로 변화․발전해왔다는 사실 또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은 여전히 결백만을 주장하고 있다. 국정원은 국정원장의 국회 해명에 이어 이례적으로 “해킹 프로그램 논란 관련 국정원 입장”도 발표(7월 17일)했다. 하지만 그 내용인 즉, 현재의 의혹과 논란은 “근거 없는 의혹으로 매도하는 무책임한 논란”이며 국정원을 더 이상 “사악한 감시자”로 만들지 말라는 항변일 뿐이었다. 국정원 직원들의 사상 초유의 집단행동으로 기록될 ‘국정원 직원 일동’ 명의의 공동성명 또한 사전에 이병호 국정원장이 직접 결재한 것으로 밝혀지며 공문원법과 국정원법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새누리당의 적반하장 또한 상식의 도를 넘어섰다. 이번 해킹 프로그램을 통한 민간인 사찰 사건은 새누리당의 집권 기간 동안에 자행된 일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그 누구도 국민에 대한 사과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늘 그랬듯이 언론과 국민의 합리적인 의혹제기와 진실규명 요청을 국가안보를 저해하고, 국익을 훼손하는 행위로 매도하는 데 혈안이 되었다. 심지어 이번 사태를 이동통신 감청 장비 설치의무화를 법제화하는 기회로 삼으려 하는 행태마저 보여주고 있다.
3.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요 1:5/공동번역)
누구를 대상으로, 얼마동안, 어떠한 정보를 검색․수집했는가, 언제․누가 지시 했는가, 해킹팀 외에 추가적인 해킹 프로그램 구입․사용은 없었는가 등 밝혀내야 할 의혹은 너무 많다. 해킹팀에 의한 국정원 보유 기밀 유출 여부 또한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 하지만 관련 수사는 실시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법조계는 이미 드러난 의혹만으로도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악성프로그램 전달․유포)을 비롯한 관련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하고, 경찰수장인 강신명 경찰청장 또한 국정원이 구입․사용한 해킹 프로그램에 대해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고까지 말했지만 아무 소용없다. 반면, 7월 21일 언론보도에 의하면, 악성 프로그램 감염을 유도하기 위해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인터넷 공간에 올린 게시물들이 최근 들어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불법 감청 증거를 은폐․삭제하기 위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 무엇을 위해 국민을 감시했는가? 누가, 무엇이 두려워 거짓으로 진실을 감추려 하는가? 우리는 반드시 이 물음의 답을 찾아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몇몇 관련 책임자를 처벌하는 수준을 넘어 연이은 불법행위로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민주사회의 근간을 위협하는 국가정보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회복․강화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또한 국정원이 정체를 감추기 위해 사용한 “5163부대”라는 위장이름처럼, 역사를 거슬러 또 다시 “사악한 감시자”로 변해가는 국정원을 “국민의 국정원”으로 되돌리는 일이다.
이에 우리 총회는 국정원의 불법 해킹에 의한 도․감청을 강력히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국정원은 불법적으로 구입․사용한 RCS(Remote control system, 원격제어시스템)와 TNI (Tactical Network Injector, 무선 인터넷 기반의 네트워크 감청 장비), RAS(Remote Attack System, 원격공격시스템)와 관련된 모든 내역을 공개하라.
하나, 검찰은 즉각 국정원과 나나테크 등 관련 기관과 업체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하라.
특별히 국정원과 해킹팀의 계약․구매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나나테크가 국내 주요 인터넷 업체에 전송장비를 제공하는 업체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주요 인터넷 업체의 서버룸에 관련 해킹 관련 프로그램이 설치되었지 여부에 대해서도 반드시 수사해야 한다.
하나,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철저한 진상조사와 국정원 개혁을 즉각 지시하라.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에서도 해킹 프로그램이 사용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국정원이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대통령의 지시와 감독 아래 있다는 점(국정원법 제2조)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대통령 스스로의 평소 주장처럼, 국정원의 불법 선거개입과 사찰로부터 떳떳하다면 대통령이 직접 철저한 진상조사와 국정원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에 나서야 한다.
2015년 7월 22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황 용 대
교회와사회위원장 김 경 호
총회 총무 배 태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