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 횡령과 세금 포탈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학인(49) 한국방송예술진흥원(한예진) 이사장이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 측에 수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일 검찰에 따르면 김 이사장의 횡령 및 로비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윤희식 부장검사)는 최근 한예진 전 경리직원 최모(37.여.구속기소)씨로부터 "2007년 11월 김 이사장의 지시를 받고 현금 2억원을 인출해 박스 2개에 나눠 담은 뒤 이를 다시 김 이사장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이사장을 협박해 10억원대 식당 건물 소유권을 받아낸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씨는 한예진 경리직원으로 오랫동안 일해 김 이사장이 횡령한 자금의 흐름을 소상히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최씨는 검찰에서 "김 이사장과 그의 동생이 (현금 2억원이 든) 박스를 어디론가 가지고 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씨는 "김 이사장이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는 조건으로 이 의원에게 20억원을 주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다. 인출한 2억원을 이 의원에게 공천헌금 등으로 준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검찰 안팎에서는 김 이사장이 실제로 정치권 진출을 꾀했다는 점에서 이 의원을 비롯한 실세 정치인들에게 거액의 공천헌금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검찰은 김 이사장의 동생도 불러 당시 현금을 누구에게 전달했는지를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이사장 동생의 수첩도 확보해 분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장은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청주 흥덕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낙선한 바 있으며, 2007년 한나라당 부설 정치대학원 과정을 수료하는 등 정치권 인사들과 교분을 쌓아왔다.
검찰 관계자는 "김 이사장이 2억원을 어디에 썼는지에 대한 최씨의 진술은 없다. 김 이사장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이 의원 측에 돈이 갔다고 할 만한 증거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