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국내 BAM 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를 비즈니스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해 자신이 속한 기업 공동체와 지역 사회의 변혁을 이끈 사례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선교단체에서 파송된 평신도 선교사이자 창의적 접근지역에서 회사 사원으로 일하는 K선교사는 믿지 않는 상사와 기업문화에 선한 영향력을 끼쳐 회사를 성장시킨 경우다. K선교사는 최근 제9회 IBA 서울컨퍼런스에서 '역(상향) 리더십'을 소개하며 "우리가 생각하는 리더십은 늘 중심 역할을 하는 회사 사장, 교회 목사 등으로 해석하지만, 실제 리더십은 '영향력'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1년 전 창의적 접근지역인 A국에서 회사 사원으로 시작한 그는 이후 두 차례 회사를 옮기면서, 직전 회사에서 지금의 사장 L씨를 만나 함께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관계를 중시하고 뇌물 문화가 만연한 현지에서 처음엔 매출을 올리기 어려웠지만, 단가가 싸고 품질 좋은 자재를 공급하면서 좋은 이미지와 신뢰를 얻어 회사는 곧 성장했다. 후에 뇌물을 주고받던 이들이 적발되면서 현지 상황과 타협하지 않은 기업의 이미지는 더욱 좋아졌다.
K선교사는 안식년 1년과 미국에서 3년 반 과정의 공부를 마치기까지 총 4년 반 동안 현지를 떠나 있었지만, 사장은 약속대로 그에게 한 달도 빠지지 않고 후원금도 보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사장, 목사 등 리더와 맞지 않을 때 비판하고 떠나 멋진 회사, 꿈꾸던 교회를 세운다"며 "하지만 막상 꿈꾸는 이상적인 모습이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많이 본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BAM도 회사를 직접 운영해야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보는데, 평범한 사람도 직원, 평신도로서 회사와 교회에 역 리더십을 행사해야 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고 말했다.
K선교사는 "물론 일반적인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때, 세상의 문화 속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며 "하지만 저녁 회식 자리가 불편해도 어울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때 기준이 정말 중요하다"며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는 말씀을 들었다. "이는 직업을 갖거나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의 목적 자체가 먹고 마시는 것을 위해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무슨 일을 하든지 먼저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회사를 그만둔 후, 대상포진으로 얼굴 한쪽이 마비되면서 K선교사는 인생에서 가장 고난의 시기를 겪었다. 건강이 많이 회복된 후에는 공단 지역 회사를 다니며 복음을 전하다 지금의 사장 L씨를 다시 만났다. 새로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던 L씨는 그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일은 순조롭게 풀리는듯 했지만, 뇌물 문화가 발목을 잡았다. 사장은 비즈니스를 접지 않기 위해 뇌물을 적게라도 줘야 할 지 그에게 물어왔다. K선교사는 "당연히 제 대답은 '안 된다'였다"며 "하나님의 말씀대로 지켜야 할 것과 현실과의 갭이 발생할 때, 우리는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회사는 하나님의 축복으로 매출이 크게 성장했다.
K선교사는 "하나님의 말씀은 역사하기 때문에 진리가 아니라 진리이기 때문에 역사한다고 한다"며 "우리가 역사를 쫓아가면 자칫 잘못된 방향과 길로 갈 수 있지만, 진리라는 올바른 나침반을 소유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면 진리이기 때문에 반드시 역사가 나타난다"고 역설했다. 이어 "설령 그 역사가 내가 바라던 역사가 아닐지라도, 하나님이 원하시면 진리의 역사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 반드시 이뤄진다"며 "역사를 좇아가면 타협하지만, 진리를 좇아가면 타협이 아니라 무릎 꿇고 지혜를 구하게 되며,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가 나타나게 된다"고 증거했다.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하나님 역사"
이종수 한국사회투자 이사장은 이날 "(인생에서) 의미 없이 일어나는 일은 하나도 없다"며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주제로 간증했다.
세상이 온통 불만인 달동네 소년이었던 그는 대학에서 운동권으로 활동하다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옥살이를 했고, 3개월간 독방에서 성경만 읽었다. 이후 자신보다 훨씬 어려운 처지의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여태 내가 경험한 가난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감방에서 나가면 정말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다.
졸업 후 취직이 되지 않자 '신원조회를 하지 않는다'는 외국계 기업 체이스맨해튼 은행에 들어가 해외 각지를 다니며 은행을 설립하고 운영했다. 이후 국제적 보험중개사 에이온 코리아 사장이 되었다. 당시 그는 "마치 세상이 저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내전으로 어려움을 겪는 캄보디아인들을 보며 과거 감방에서 하나님께서 서원한 것을 떠올렸다.
여태까지 살아온 방식을 바꿔 사표를 내고, 우선 인도네시아 농촌 빈민을 위한 직업훈련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외국에서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 마이크로크레딧 사업도 도입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회연대은행을 설립했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 금융을 통해 마을기업, 사회적 프로젝트, 취약계층 개선 및 대출 프로젝트 등에 투자했다. 그가 사례를 든 프로젝트로 중에는 김한승 성공회 신부가 창업한 '정동국밥'이 있다. 쪽방 주민과 노숙자를 위해 15년간 푸드뱅크를 운영해 온 김한승 신부는 사업에서 얻은 이윤으로 가난한 이들을 안정적으로 돕고 있다.
또 가출 청소년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음악교육을 하거나 국내 몽골 아이들을 교육하는 몽골국제학교 지원 사역 등도 하고 있다. 그는 "제가 왜 이 일을 다 하고 있는지 저는 잘 깨닫지 못했다"며 "저는 아무 능력이 없고, 다만 하나님이 이런 일을 돕게 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점들이 모여 선을 이루는 것처럼, 지나가면서 겪는 모든 일이 우연이 아니었고 버릴 교훈은 하나도 없었다"며 "고통스럽고 어려울 때, 뼈를 깎는 아픔조차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었다는 것을 살아오는 과정을 통해 뼈저리게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고통과 아픔을 통해 하나님이 주시는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수 이사장은 또 "세상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굴러가는 것 같지만 절묘하게도 흐름이 있고, 생각한 만큼 변한다"며 "우리 자신이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돈의 물줄기를 어떻게 하면 세상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가지고 지금껏 치열하게 살아온 그는 "최근 작은 교회, 정말 돈이 필요한 사역 현장을 위해 큰 교회 십일조의 10분의 1을 모아 기금을 만들면 어떨지 생각한다"며 "이를 통해 기독교계가 세상을 향해 새로운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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