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할 경우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물결이 확산될 것으로 BBC 등 주요 외신들이 전망했다.

만약 디폴트가 현실화될 경우, 1차적으로는 그리스에 많은 돈을 대출해준 유럽의 은행들이 큰 타격을 받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도미노처럼 파장이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 전반을 위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그리스 정부의 디폴트 '필연적'

BBC는 그리스 정부가 오는 30일(현지시간)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채무 상환이 불가능한다는 관측이 거의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유로존의 구제금융 지원도 30일부로 끝난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다른 유럽 국가들은 6월30일을 넘겨 구제금융을 연장하는 것을 거부했다.

채권단이 구제금융 프로그램 연장 방침 불가를 밝히면서 그리스에서는 뱅크런(현금 인출)이 일어났다. 일부 은행들의 밖에 사람들이 길게 줄 서있는 건 저금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그리스 국민들의 불안감을 보여준다.

만약 유럽중앙은행(ECB)이 국민투표가 예정된 7월5일까지 자금을 지원해주더라도 반대표가 더 많으면 ECB는 그리스 은행들에 대한 지원을 신속히 철회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 정부는 조만간 디폴트를 맞게 될 것이라고 BBC는 보도했다.

  ©뉴시스

◇ '디폴트 여파' 유럽뿐 아니라 非유럽에도 미칠 듯

그리스 정부는 채권단과의 협상 실패에 따른 파장이 커지자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자본통제 조치를 시행했다. 29일부로 은행의 문을 닫고 영업을 중단토록 강제해 현금 인출에도 제동을 걸었다. 아테네 증권거래소도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의견 불일치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후유증(fallout)을 제한하기 위해 폐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그리스의 상황에 대해 모건스탠리의 외환전략 부문 유럽 대표 이안 스태나드는 "시장에 정말 큰 영향을 미치고 변동성 확대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대량의 현금 인출 사태에도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주 수준으로 비상자금을 지원해주기로 했지만, 그리스의 유럽 파트너들은 30일 밤 시한인 구제금융을 연장하지 않기로 해 새로운 구제금융 자금 지원이 없는 한 IMF에 대한 16억 유로의 채무 상환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리스가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가 현실화된다면 유로화 긴장이 절정에 달했던 2012년처럼 유럽의 다른 주변국가들의 국채 시장에도 재정 불안이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피그스(PIGS)'가 심각한 재정난을 치렀다면, 올해 '그리스 드라마'에서는 기존에 그리스에 많은 돈을 꿔준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과 같은 유럽 국가들로 불똥이 튈 수 있다. 이들 국가들이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다른 국가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려들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지난주 골드만 삭스는 그리스의 디폴트 직후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3% 하락하고 그 다음 몇 주 간에 걸쳐 7%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위기에서 전통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여겨졌던 독일 정부의 채권도 올해 시장에서는 심각한 유동성 충격으로 인해 도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시장에 비해 외국환에서 그리스 채무 위기의 충격은 더 불분명하다. 지난주 그리스와 채권단의 협상이 합의에 근접했을 때 주식이 오를 동안 유로화는 급격히 하락했다.

스태나드는 "유로화는 주식시장과 반대로 움직일 것"이라며 유로화에 대한 충격은 리스크 수용 범위가 어디까지 영향을 받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 심리가 한층 더 부정적으로 변하고, 유럽에서 자금의 전면 유출이 이뤄질 경우에는 취약한 유로화를 확실히 떠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애널리스트는 "최근 (1유로화당)1.0990달러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유로화는 어느 쪽이든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반면 엔화나 스위스 프랑, 파운드와 같은 피난처(safe haven)들은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시티그룹 전략가 오번은 "은행의 현금이 바닥나거나 IMF가 지원을 끊을 땐 유로화가 2% 이상 더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그리스의 디폴트는 유로화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유로화의 '체질'이 허약해지면 유럽연합 국가들의 경제에도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유럽연합의 27개 회원국들은 그리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IMF는 그리스에 여전히 리스크와 취약성이 남아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렉시트에 관한 논의가 많아질 수록 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의 은행들에게 1180억 유로를 대여해주고 그리스 국채를 매입하는데 200억 유로를 지출한 상황에서 디폴트는 ECB의 가파른 손실을 의미한다고 BBC는 설명했다. 물론 중앙은행으로서, ECB가 자본을 보전하기 위해 단순히 돈을 더 찍어낼 수도 있지만 이는 독일에게 '저주'로 간주된다.

그리스 사태로 인해 시장보다는 오히려 국가들이 더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이때문에 '안티 유로(anti-euro)' 움직임이 일고 있는 몇몇 국가의 정부들은 초조하게 그리스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일부 외신은 그리스에 돈을 빌려준 채권국뿐만 아니라 유로존에서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안전한 곳에 있는 국가들도 부양책을 필요로 할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유럽의 자금 압박(financial stress)이 심해지면서 유로화와 동떨어진 스위스와 미국도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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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디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