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진 찍는 사람들이 꼭 한 번 가서 그 장면들을 사진기에 담아보고 싶어한다는 그곳. 아리조나주 북부와 유타주 남부지역에 걸쳐 펼쳐져 있는 Zion 국립공원, Antelope Canyon, Coyote Buttes North의 The Wave, Monument Valley, Arches 국립공원 그리고 Bryce 국립공원 등을 오랫동안 벼르던 끝에 드디어 방문하게 되었다. 전경희, 박우철, 장동진 집사님들과 나, 그리고 몬타나에서 이번 여행을 기획하고 여행 전과정을 통해 가이드 역할까지 해 주신 김진철 장로님 이렇게 다섯 명이 참여했다.

세인트 조지(St. George)에 도착한 첫날 오후를 시온(Zion) 국립공원에 할애했다. Zion이란 이름에 대해 생각을 해본 일이 없다가 1850년경 몰몬 개척자들이 정착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을 알고 나니 Zion이란 이름과 성경의 '시온'이 비로소 맞아 떨어진다. 공원 곳곳에서는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장엄한 바위 산들의 사진들을 찍었는데 이 중에는 아브라함, 이삭 그리고 야곱이라 명명된 세 개의 산들도 나란히 웅장하게 서 있다. Zion을 대충 섭렵하고 아리조나주의 페이지(Page)라는 도시로 이동하여 밤늦게 호텔에 들었다.

이튿날 새벽 일찍 일어나 근처식당에서 푸짐한 아침을 먹고 Antelope Canyon으로 향했다. 이 지역은 Navajo Nation이라는 반 자치구 지역으로 Antelope Canyon 역시 인디언의 소유로 되어 있다. 잔뜩 부푼 마음으로 사진기를 삼각대에 장착하고 Upper canyon에 들어섰는데 어둡고 덥고 모래 먼지는 일고 사람은 많고 하다 보니 제대로 여유를 가지고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그래도 오후에는 한적한 Lower Canyon으로 옮겨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협곡의 좁은 천정을 통해 들어온 빛들이 붉은 협곡의 벽들에 반사를 거듭하며 갖가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면서 이어지는 미로에 매료되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리 저리 구도를 잡으며 셔터를 눌러댔다.

이번 여행의 백미는 Coyote Buttes North였다. 새벽부터 서둘러 도착하니 아직 날이 새지 않아 주위는 어두컴컴하고 주차장에는 우리밖에 없다. 사진으로만 보던 The Wave를 향해 걸으며 여기 저기 우뚝 솟은 언덕들(buttes), 선 채로 말라버린 고목들, 이름 모를 사막의 꽃과 수풀들을 찍었다. 세 시간쯤 암반을 넘고 모랫길을 힘들게 걸어 드디어 그 유명한 The Wave에 도착했다. 부드러운 핑크색 곡선들이 넓게 펼쳐 돌다가 buttes의 정상으로 감겨 모이는 모습이 환상적으로 눈앞에 펼쳐진다.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

Navajo sandstone에 섞여 있는 산화철의 성분이 붉은색을 낸다고 한다. 두 시간쯤 바위의 부드러운 곡선과 아름다운 색에 매료되어 없이 이리저리 능선을 따라 옮겨 다니며 여러 앵글로 사진을 찍고 난 후 그늘진 곳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열린문사진동호회 제공

어제 저녁, 전 집사님이 정성스럽게 씻어 준비해온 야채들을 섞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Jalapeno slice(멕시칸 고추)와 같이 먹으니 고된 등산 후의 시장함에 겹쳐 꿀맛이다. 잠시 따듯한 바위 위에 누워 낮잠을 청하니 잔잔히 부는 바람에 세속의 걱정들이 모두 흘려내려 가는 것 같다.

짧고 달콤한 오수 후에 다시 이곳저곳을 돌며 사진을 더 찍다 어두워지기 전에 빨리 하산하자는 현명한 성화에 더는 늑장을 부리지 못하고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이 가도 가도 끝이 없고 주위는 점차 어두워지는데 어쩐지 길을 잃은 것 같아 불안감이 슬슬 엄습하기 시작한다. 이쪽이다, 저쪽이다 하며 주저하고 있는데 누군가 우리를 향해 걸어온다.

한 시간쯤 전에 우리와 다른 방향으로 가던 커플 중 젊은 아가씨가 우리에게 구세주처럼 다가왔다. 주위는 이미 캄캄한데 우리가 길을 잃은 것 같아 도와주러 왔단다. 두 젊은 커플의 안내로 한 시간쯤 걸어 무사히 주차했던 곳에 도착하니 우리와 그들의 차 딱 두 대만 남아 있었다. 이들이 아니었다면 우리 모두 아마 산속에서 공포의 밤을 어떻게 보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했다.

나중에 인터넷을 찿아보니 여기서 길 잃은 사람들을 찾느라고 수색팀 가동이 자주 있었다고 한다. 하루에 20명만 들여 보내니 그 넓은 산에 사람 그림자가 거의 보이지 않아 길을 잃기가 쉬울 것 같다. 그들에게 여러 차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깜깜한 산길을 조심스레 운전하며 호텔로 돌아왔다.

이튿날 역시 새벽같이 움직여 Horse shoe bend에 들려 사진을 찍으며 먼저 일정을 마친 박우철, 장동진 집사님들을 떠나 보내다. 김장로님, 전집사님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아쉽게 아리조나를 뒤로 하고 Monument Valley로 향했다. 이동할 때마다 차 속에서 걸쭉한 농담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던 두 사람이 떠나고 나니 어쩐지 좀 허전했다.

Monument Valley 역시 Navajo 인디언 자치 구역이다. 턱없이 비싼 가이드 비용에 두어 군데 들르는 것을 포기하고 김장로님의 안내로 Right, Left Mitten 그리고 이곳에서 바로 Bryce Point로 가서 석양 햇빛에 붉게 물든 탑 모양의 길쭉한 바위들(hoodoo:암주; 사막의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인해 버섯모양으로 깍인 바위)이 촘촘히 서 있는 전경을 서둘러 카메라에 담다. 곧바로 sunset point로 내려오니 해는 아직 지지 않았지만 이미 빛이 퇴색해 내일 다시 오기로 하고 하산하여 닭요리가 유명하다는 공원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맛은 아무래도 한국의 매콤한 멕시칸 통닭에 비교가 안된다.

이튿날 아침 영하의 추위에 아침도 거르고 겨울 잠바에 장갑까지 끼고 Sunrise Point로 가니 우리가 the earliest birds 들이다. 차 안에서 새벽같이 장사 개시도 하지 않은 식당에서 사온 커피를 마시며 동트기를 기다리다 드디어 삼각대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나섰다. 밝아오는 아침 햇살에 붉게 물든 hoodoo들을 찍으며 계곡 아래로 아래로 계속 내려갔다.

아침은 거르기로 하고 삥 돌아 다시 Sun Set Point 쪽으로 올라 점심을 같이 할 생각이었는데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지났다. 오던 길을 다시 내려와 바위에 앉아 쉬는 부부에게 물 좀 얻어 마시고 다시 전화로 연락하려니 깊은 산 속이라서 그런지 전화가 그냥 끊어져 버린다.

할 수 없이 혼자 길을 물어 Navajo Trail로 방향을 잡고 계속 사진을 찍으며 오르니 눈앞에 그 유명한 Thor's Hammer가 오렌지 색에 젖은 채 우뚝 그 자태를 나타낸다. 아래서부터 올라가며 열심히 Hammer 사진을 찍고 있는데 김진철장로, 정경희 집사님이 올라오며 식당에서 날 기다리다 오지 않아 쪽지를 남기고 내가 이쪽 등산로로 올 것 같아 뒤따라 올라왔다고 한다. Hammer 와 Needle을 충분히 찍고 올라와 점심을 같이 하니 빈 속에 장시간 등산을 하여 시장하던 차에 샌드위치가 꿀맛이었다. 오후는 느긋하게 어제 놓쳤던 Sunset Point로 다시 가서 hoodoo 바위들을 물들이는 노을을 원없이 찍다가 어둑어둑해져서야 산에서 내려왔다.

ⓒ열린문사진동호회 제공

드디어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해뜨기 전 다시 Sunset Point로 가서 역광으로 앉았다 누웠다 하며 부지런히 붉게 물드는 Hammer를 이리저리 찍어댔다. 마지막으로 삼각대에 카메라를 다시 장착하고 Hammer와 Needle과 작별사진을 찍었다.

7박 8일 동안 3,000장이 넘는 사진을 찍다가 드디어 카메라를 꺼서 가방에 넣고 삼각대를 접어 옷 가방에 넣고 지퍼를 채우니 열심히 찍었다 하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하였다. 다시 우여곡절이 많던 St. George로 두어 시간 달려와 점심을 같이 하고 아직 Zion 공원에서 주말 일정이 남아있는 김장로님과 공항에서 아쉽게 헤어졌다.

열린문 사진 동호회 Utah, Arizona 여행기
(10/21-10/28/2011)
이덕주
-'열린문 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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