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위원장의 정책보좌역을 오랫동안 지내다 지난해 10월 그만두고 해외로 출국한 정씨는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김학인(49) 한국방송예술진흥원(한예진) 이사장으로부터 EBS 이사 선임 청탁과 함께 2억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또 정씨가 김 이사장과는 별도로 차세대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이나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채널 배당 등 굵직한 이권과 관련해 대기업 등으로부터 수억원에서 최대 수십억원까지 금품을 수수했다는 얘기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 위원장의 양아들'로 불리는 정씨가 챙긴 돈의 일부는 윗선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로서는 '김학인-정용욱-최시중' 구도로 이어지는 의혹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과제를 떠안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 위원장이 현직에서 물러났다는 점은 검찰 입장에서 운신의 폭을 상당히 넓혀준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정씨와 관련된 의혹을 아직 손대지도 않았는데 최 위원장이 사퇴의 변에서 언급해 오히려 부담스러워졌다는 분위기도 있지만, 아무래도 현직보다는 전직을 수사하는 것이 검찰로서는 수월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이날 비록 소문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긴 했지만 "제 부하 직원이 금품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언론에 보도됐다"는 사실을 언급해 측근 비리 의혹에 대한 부담이 퇴진에 영향을 미쳤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방통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검찰 관계자는 최 위원장 사퇴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묻는 질문에 "전혀 관계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정씨를 둘러싼 로비의혹에 대해서도 "현재로선 모두 소문에 불과하다"며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검찰은 김학인 이사장이 지난 3~4년간 한예진과 부설 한국방송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진흥원 자금 240억원을 빼돌리고 법인세 53억원을 탈루한 사실을 밝혀내고 지난 20일 그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그러나 김 이사장이 정씨를 상대로 벌인 로비의혹에 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물증이나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현재 태국을 거쳐 말레이시아에 머물면서 국내 입국 여부를 타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로부터 (귀국과 관련해)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2009년 미디어법 통과에 대한 답례로 국회 문방위 의원들에게 500만원씩 든 돈 봉투를 돌렸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정씨가 한국행 항공편에 오르게 된다면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또 하나의 '게이트급' 로비의혹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