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감염된 가족으로부터 바이러스를 옮아 확진된 사례가 나왔다.
가족 간 감염은 '병원 내(內) 감염'으로 보기 어려워, 지역사회로의 전파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23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확진된 175번(74) 환자는 14번(35) 환자가 평택 굿모닝병원에 내원하기 전인 5월23일부터 7일 간 폐렴 증상으로 입원한 뒤 같은 달 29일 퇴원했다.
그 기간인 5월27~29일 14번 환자가 같은 병동에 입원했고, 그때 175번 환자의 병간호를 했던 부인 118번(67·여·6월13일 사망) 환자가 바이러스에 노출돼 감염됐다.
118번 환자는 보건당국의 평택 굿모닝병원 방문자에 대한 추적조사 과정에서 확인돼 지난 7~8일 메르스 검사를 받았지만 1·2차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하지만 이튿날인 9일 발열 증세가 나타나 수원 아주대병원을 찾았고, 10일 의료진이 다시 의뢰한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통보받아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175번 환자는 평택 굿모닝병원 퇴원 후 6월9일까지 118번 환자와 함께 집에서 머물다 118번 환자의 확진 후인 10일부터 자가격리가 됐다. 6월21일 발열 증세를 보여 보건소에 신고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메르스의 최대 잠복기를 고려했을 때 평택 굿모닝병원에서 14번 환자에 의해 전파됐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보건당국이 부인인 118번 환자에 의해 바이러스를 옮았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첫 '가족 간 감염' 사례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부인이 먼저 감염돼 확진받은 사례인데, 잠복기를 고려할 때 (5월)29일에 (바이러스에) 노출돼 발병했다기 보다는 부인과 같이 생활하면서 노출된 부분이 있지 않을까, 가족 내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정확한 감염 경로는 역학조사 중인 전문가들의 리뷰 검토를 거쳐서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족 간 감염이 추정되는 사례는 더 있다. 지난 21일 확진된 171번(60·여) 환자다.
이 환자는 지난 11일 확진 판정을 받은 123번(65·6월16일 사망), 124번(36) 환자의 가족으로, 이들과 함께 5월27~28일 14번 환자가 머물렀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함께 다녀온 뒤 확진되기 전인 6월11일까지 함께 거주해왔다.
5월30일부터 자가격리 하던 중 6월9일 미열 증세가 보여 이튿날인 10일 유전자 검사를 했지만 '음성'이 나왔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기저질환으로 인해 객담을 잘 뱉어내지 못해 검사의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12일 입원 격리를 했고, 17일 또 고열이 나타나 진행한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 센터장은 "가족이 다같이 응급실에 가서 공동 폭로(노출)된 것과 같이 발병 시기가 조금씩 차이가 나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 정확한 노출일과 발병일과 면밀하게 검토해야 감염경로를 특정할 수 있다"고 언급한 뒤 "자가격리 수칙을 제대로 지킬 수 있도록 교육이나 관리를 좀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