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추가 확진된 171번(60·여) 환자의 감염 경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병원 내(內) 감염이 아닌 '가족 간 감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이는 곧 지역사회로의 전파를 의미하기도 한다.
22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171번 환자는 지난 11일 확진 판정을 받은 123번(65·6월16일 사망), 124번(36) 환자의 가족이다.
이들 가족은 지난달 27~28일 14번(35) 환자가 머물렀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
123번과 124번 환자는 당시 보건당국의 격리 대상에 빠져있었고, 14번 환자에 노출된 후 열흘이 지나고서야 확진됐다.
171번 환자의 경우 14번 환자에 의해 바이러스에 노출됐다면 무려 23일이나 지난 뒤 확진됐는데, 증상 발현 후 검사까지 1~2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최장 잠복기 개념이 무색할 정도로 확진이 늦어진 것이다.
통상 알려진 메르스의 최대 잠복기는 14일(2주)이다.
그러나 171번 환자는 123, 124번 환자가 확진되기 전인 11일까지 함께 거주해 온 터라 가족 간 감염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서울병원발(發) 2차 유행을 촉발한 14번 환자의 최대 잠복기가 한참 지났더라도 171번 환자의 감염은 설명된다. 그러나 이는 곧 지역사회로의 전파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171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을 다녀간 후 5월30일부터 자가격리 하던 중 6월9일 미열 증세가 보여 이튿날인 10일 유전자 검사를 했지만 '음성'이 나왔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확진자들과의 노출이 있어 감염의 가능성이 큰데다 기저질환으로 인해 객담을 잘 뱉어내지 못해 검사의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12일 입원 격리를 했다. 그 후 17일 또 고열이 나타났고, 21일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17일 고열이 난 적이 있지만, 5월27~29일 사흘간 가족이 다같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가 있었을 때 폭로(노출)됐을 가능성이 있어 일단 발병 시기를 6월 9~11일로 보고 있다. 잠복기 내 발병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특이사항은 123번, 124번 확진자가 이분의 가족으로, 확진 전에 같이 거주를 하셨기 때문에 다른 확진자와의 추가적인 감염 여부에 대해 좀 더 역학적인 조사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 센터장은 이어 "이게 의료기관 내 감염이냐,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감염의 연결고리나 감염원이 연결되느냐는 것을 주로 분석하고 있다"면서 "일단 감염원 파악이 안 된 불명확한 지역사회의 감염 사례가 아니라 이미 (확인된) 감염원에 대한 부분들이 파악된 사례로 이해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