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가처분 신청 법원 심문을 하루 앞두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불공정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반면 삼성물산은 "엘리엇이 지금까지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엘리엇의 주장을 일축했다.

엘리엇은 18일 "합병안이 불공정하고 불법적이며 삼성물산의 주주들에게 심각하게 불공정하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이를 지지한다"며 "단 그 진행 과정에 수반되는 계획이나 절차가 모든 기업지배구조 기준을 반드시 준수해야 하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 또한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엘리엇은 이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www.fairdealforsct.com)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에서 엘리엇은 다시 한 번 합병의 불공정성을 꼬집었다. 삼성물산이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동종 건설업계 중 가장 견조한 실적을 보이며 주가 역시 견조한 흐름을 보였지만 올해 2월 동종 건설업계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가운데 유독 삼성물산만 주가가 내렸다고 지적했다.

엘리엇은 5월 25일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삼성물산 0.64, 현대건설 0.98, GS건설 0.66, 대림건설 0.68 등으로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삼성물산의 자산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적절한 기준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등 계열사 지분을 제외하고 계산하면 삼성물산의 PBR이 -0.06으로 기형적으로 낮은 상태라는 것이다.

제일모직의 상장 발표 직후 삼성물산 주가가 급락한 점에 대해서도 경영진이 의도적으로 축소경영에 나서며 매출, 이익, 수주 등을 부정적 방향으로 관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제일모직이 지나친 고평가됐다는 주장도 되풀이됐다. 합병 발표 직후 제일모직의 주가이익율(P/E)은 코스피 지수 대비 120배에 달했는데 이는 제일모직이 영위하고 있는 각 업종들의 주가이익률을 크게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엘리엇은 합병 분석자료 말미에 삼성의 복잡한 순환 출자 구조의 문제도 지적했다. 이번 합병이 진행되면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SDI→제일모직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전기→제일모직 등 5개의 순환 출자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불공정한 합병안을 받아들라고 주주들을 거칠게 몰아붙이는 대신 장기적인 거버넌스 개선을 수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엘리엇이 (사이트를 통해) 지금까지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기업의 미래가치와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합병을 진행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물산의 주가를 의도적으로 끌어내렸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건설업종 전체의 적자, 수주부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적인 확대를 지향하고 내실있는 성장을 경영전략으로 설정했다"고 반박했다.

1분기 실적에 대해서는 카타르 도로와 교량 현장의 추가 원가 발생과 서울지하철 919에 대한 추가 비용 발생, 유가하락에 따른 상사, 화학부문 실적 부진과 건설부문의 담합관련 과징금 540억원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삼성물산이 고의적으로 주가를 낮춘 의혹에 대해 법적근거가 부족하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임시 주총 표대결을 앞둔 상황에서 엘리엇이 세를 모으는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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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엘리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