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최근 3년간 약 2억만주의 주식을 기관투자가 등에게 대여해 이자 장사를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대여 주식의 상당수가 '공매도(空賣渡·short selling)'로 활용돼 주가하락을 부추켜 일반 투자자의 피해가 많을 경우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주로 기관투자가나 외국인이 애용하는 공매도는 주식이 없는 상황에서 매도 주문을 내고 주가가 떨어졌을 때 다시 환매수해 시세차익을 내는 매매기법. 대세 하락시 주가를 더욱 끌어내리는 주범이라는 비난을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홍문표의원은 공매도를 부추긴다며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장사를 원천 금지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지난달 29일 의원 입법 형태로 발의했다.

뉴시스는 17일 홍문표 의원실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제출 받은 '주식대여 현황'을 토대로 애널리스트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2012년~2014년까지 기관투자자에 대여된 총 209종목(1억9887만933주) 주식이 공매도에 쓰였을 때의 개인 투자자 피해를 추산했다고 보도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여주식 중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을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도 "우리 측에서는 전체 대여 주식 중 공매도에 활용되는 비중이 절반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여주식 중 공매도 비중을 전부가 아닌, 절반으로 보고 피해규모를 계산한 결과 국민연금의 경우 3년간 약 3400억원의 일반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분석은 해당 주식들이 각 은행에 수탁돼 정확한 회수 시점을 알 수 없어 대여한 주식을 그 분기 말에 반납한다는 것을 가정해 종목별로 분기당 대여된 주식수를 해당 분기 주가 하락폭과 곱한 값을 합해 산출한 것이다.

특히 대여된 개별 종목을 대상으로 공매도에 따른 피해를 전수 조사해보니, 209종목 중 OCI 가 394억7000만원으로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에만 155억6000만원이었고 앞선 3분기도 70억8000만원에 이른다.

다음은 LG전자가 292억4000만원으로 컸다. 2012년, 2013년 2분기에 각각 249억8000만원, 41억7000만원으로 역시 적지 않은 규모다.

이외에도 NHN엔터테인먼트 112억8000만원, 현대미포조선 193억원, 롯데케미칼 85억5000만원, 스카이라이프 72억8000만원, 한솔테크닉스 68억9000만원, 삼성테크윈 66억8000만원, KT 61억6000만원 등의 순으로 규모가 컸다.

홍문표 의원실 관계자는 "대여한 주식의 회수 시점을 확인할 수 없어 각 종목 및 전체 피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측도 주식 대여에 따른 문제점은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특정 기간 주가가 하락한 어떤 종목의 개인투자자가 '실적이 좋은 회사라 주가가 떨어질 이유가 없다. 국민연금에서 대여한 주식의 공매도로 주가가 떨어진 거 아니냐'는 비난을 했다"며 "이런 경우가 꽤 있다"고 전했다.

홍문표 의원실 관계자는 "국민연금측 실무자에게 주식대여 계약 시 기관투자자에게 공매도로 쓰지 못하도록 경고를 했는지 물었고, 이에 대해 '문서로는 남기지 않았지만 구두로는 전달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국민연금의 주식 대여 행태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어, 국민연금의 주식대여를 금지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 공매도로 인한 일반 투자자들의 막대한 피해를 막으려는 게 개정법안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주가는 해당 기업의 가치, 해당 산업의 미시적·거시적 경제상황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되며 공단의 주식대여가 주가에 악영향을 주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대여주식의 공매도로 피해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국민연금법상 이를 막을 금지 조항이 없는 데다, 대여 주체의 금융거래 일체에 대해 간여할 권리가 없기에 문제 삼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반 투자자에게는 매우 부정적으로 각인된 '공매도'는 양면성이 있어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연금바로세우기국민행동 정용건 집행위원장은 "공매도로 인한 매도 물량이 단기적으로 주가하락을 유발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일정 시점에서 공매도를 한 쪽이 다시 매수해야하기 때문에 시장의 유동성을 제공한다는 측면도 있어 공매도의 좋고 나쁨은 단편적으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공매도로 주가가 하락해 일반투자자의 피해를 유발했을 것으로 의심받는 기업은 당시의 실적이나 미래적 관점에서 안 좋을 만한 요인이 있었는 지도 함께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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