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은 12일 "총리 자격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청와대의 지시로 후보자를 인준하자고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 뜻을 거스르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아직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 검증을 거부하는 것은 그 자체로 결격사유"라며 "병역기피 의혹이 있는 총리에게 안보를 맡길 수 없다. 사면로비 의혹은 후보 자신의 말대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국정을 맡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검사 생활을 오래 한 황 호부자는 재판과 청문회를 혼동하는 듯 하다"며 "재판에서 검사가 유죄를 입증해야 하듯이 청문회에서 의원들이 자격없음을 입증해야 하는 것으로 잘못 하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그는 "국회의원은 검사가 아니지만 임명 여부에 강제성이 없는 청문회 제도가 구태여 존재하는 이유는 청문회 과정을 통해 후보자 스스로가 적합한 인물임을 국민에게 보여주라는 것"이라며 "그러나 황 후보자는 후보적합성을 국민에게 보여주는데 실패했다. 대통령은 총리 인선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법을 잘 준수하는 후보를 다시 지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영식 최고위원은 "국민 인식과 동떨어진 메르스 평가와 경제·민생에 무능한 점 등을 고려하면 후보자가 잘 하는 것은 공안 뿐이고. 국민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만 바라보고 있으며 통합이 아닌 분열을 조장할 후보라는 게 명확해 졌다"며 "총리로서 자격 없다"고 비판했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황 후보자의 부실한 자료 제출을 두고 "구직자가 면접을 보면서 이력서 서류도 제대로 안내고 채용해달라는 꼴"이라며 "이렇게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황 후보자를 여당이 눈감아주겠다는 것은 직무유기다. 새누리당은 국회 청문회의 권위를 스스로 내팽겨치지 말라"고 일갈했다.
추미애 최고위원은 황 호부자의 병역 기피 의혹과 관련해 "두드러기로 병역을 면제받았다고 하는데 (두드러기를 앓았다는 것을) 풍문으로 들었다는 사람조차 없다"며 "모른다 버티기하며 결정적 한방이 없었으니 검증이 끝났다고 하는 것은 다수당의 폭력이다. 자진사퇴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인사청문특위 야당 간사인 우원식 의원은 "단순히 통과가 목표라면 인사청문회는 뭐하러 하냐. 청문회장이 무죄를 다투는 법정이냐"며 "(여당은 청문회에서) 후보자 변론만 하더니 이제는 통과만을 목표하고 있다. 이는 행정부 견제할 국회의원임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여야 간사 합의문에는 '자료를 충실히 제출하고 검증한 뒤 보고서를 채택한다'고 돼 있는데 그 전제조건이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며 "때문에 오늘 보고서를 여당 단독으로 채택하려는 강행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황 후보자 인준 문제를 비롯해 국회법 개정안 중재안 수용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