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세 차례나 납북됐다가 돌아온 뒤 간첩으로 몰려 '고문 기술자' 이근안씨의 고문을 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어부가 37년 만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간첩 혐의 등으로 옥살이를 했던 안모(사망)씨 등에 대한 재심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남편이 간첩인데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던 안씨의 부인 최모(71)씨도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들이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고문 등을 당해 자백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들의 자백을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으며 다른 증거들로도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안씨는 지난 1962년 8월 경기도 강화군 서도면 근해에서 새우잡이 조업을 하던 중 납북됐다가 27일 만에 돌아오는 등 1965년 10월까지 총 3차례 납북됐다가 다시 돌아왔다.
경찰은 12년이 지난 뒤인 1977년 2월 안씨를 간첩 혐의로 영장 없이 체포한 뒤 연행했고, 안씨는 당시 경기도 경찰국 수사관이던 '고문 기술자' 이근안씨 등 수사관들의 고문에 못이겨 허위 자백을 했다. 안씨가 북한에 머물며 간첩교육을 받았고 국내로 돌아온 뒤 북한의 지령에 따라 북한 체제를 찬양하고 북한 공작원과 접선해 국가 기밀을 빼돌렸다는 혐의다.
안씨의 부인 역시 불법 연행된 뒤 고문과 가혹행위 등을 당해 남편의 간첩 혐의를 허위로 자백했다.
안씨 부부는 간첩 혐의와 함께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안씨는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이, 최씨는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이 1978년 7월 각각 확정됐다. 안씨는 복역 이후 1992년 세상을 떠났고, 최씨와 안씨의 자녀들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 결과를 토대로 2012년 9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지난해 4월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고, 재심을 맡았던 서울고법은 지난해 12월 "안씨 부부의 자백을 증거로 삼을 수 없고, 자백 외에는 이들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객관적 증거도 없다"며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