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2억원 수수 의혹이 제기된 새누리당 홍문종(60) 의원이 피고발인 신분으로 8일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홍 의원을 상대로 서면답변서에서 확인하지 못한 '2억원 수수 의혹'의 정황을 다시 확인한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단서나 관련자들의 진술이 없는 상황에서 혐의 입증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홍 의원도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듯 이날 오후 12시43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 도착한 후 비교적 차분하게 입장을 밝혔다. 정장차림으로 변호인과 함께 청사에 들어온 홍 의원은 "국민적 의혹을 빨리 해결했으면 좋겠다"며 "국민들의 한 점 의혹 없이 이 문제에 대한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며 부인했다. 당시 대선자금이나 총선자금 운영에 문제가 없느냐는 질문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성 전 회장이 금품을 건넸다고 지목한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저도 참 가슴을 칠 일인데,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이유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며 "아마 성 전 회장이 평소에 제가 너무 안 도와줬다고 생각해서 좀 억울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은 한다. 확실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했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성 전 회장이) 여러 도움을 요청을 했는데 하나도 들어주지 못한 게 좀 안타깝다"며 "선거와 성 전 회장의 공천과 관련해 도움을 요청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경남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 당시에도 연락 받은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2억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 출신 김모(54)씨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없고 당에 있었기 때문에 사무총장 시절에 복도나 여의도에서 마주친 적은 있는 것 같다"며 "그 분이 김씨인지는 나중에 알았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검찰로부터 특별히 어떤 점을 물어보겠다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은 없다"며 "하여튼 겸손하게, 성실하게 (조사받겠다)"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지난 4일 검찰에 제출했던 서면답변서 등 소명 자료를 별도로 준비해왔다.
홍 의원은 서면질의서에 대한 답변과 관련, "될 수 있으면 간단하게, 정확하게 보낸다고 보냈는데 내용은 어떤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며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6명 중 가장 먼저 소환된 이유에 대해서는 "그 분들은 한 번 거론됐고 저는 두 번 거론돼서 그런 것 아니느냐"며 "잘 모르겠다"고 했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에 따르면 홍 의원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의 조직 총괄본부장을 지내면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2억원을 건네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생전 인터뷰에서 "2012년 대선 때 홍문종 의원 같은 경우가 본부장을 맡았다. 제가 한 2억원 정도 현금으로 줘서 조직을 관리했다"고 밝혔다.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지에도 '홍문종 2억'이라고 적혀 있다.
이에 옛 통합진보당 이상규·김미희·김재연 전 의원 등은 지난 4월13일 홍 지사와 홍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허태열(70)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검찰은 홍 의원을 상대로 성 전 회장과의 관계와 만남 여부·시기·장소, 성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는지, 돈을 받았다면 그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다만 홍 의원이 이미 서면답변서를 통해 자신의 의혹을 부인한 데다, '2억 수수 의혹'의 실체를 밝힐 구체적인 단서나 정황이 포착되지 않은 만큼, 추가 소명을 듣는 정도로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의혹 해소를 위한 단순 조사 성격이 크다는 것으로, 검찰이 홍 의원 소환 조사를 끝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검찰은 홍준표(61) 경남도지사와 이완구(65) 전 국무총리를 소환 조사한 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키로 하면서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나머지 친박 핵심 인사 6명에게 서면질의서를 일괄 발송했었다. 이들 6명은 검찰에 보낸 답변서를 통해 금품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성 전 회장으로부터 2012년 3월 불법 정치자금 2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 출신 김씨에 대해 검찰이 청구했던 구속영장은 전날 밤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김씨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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