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제일교회 교육관에서 포럼이 열리고 있다. ⓒ이대웅 기자 |
‘사랑의 원자탄’ 산돌 손양원 목사(1902-1950) 탄생 110주년 기념 포럼이 14일 오후 서울 신길동 동천교회(담임 전충현 목사)에서 열렸다.
크리스천리더십아카데미(CLA, 대표 권오승 박사) 주최로 열린 포럼은 경제적으로 선진국 목전에 있지만 동서 갈등, 남북 분단을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손양원 목사의 삶과 신앙에서 나타난 사랑과 용서, 화합의 정신을 배우고자 개최됐다.
손양원 목사는 일제시대 신사참배에 반대하다 옥고를 치렀고, 1948년 여순반란 사건 때 공산군에 의해 두 아들을 잃었으나 그 원수를 양아들로 삼았으며, 1950년 6·25 전쟁 때 자신마저 공산군에 의해 순교한 인물이다.
포럼에서 ‘손양원 목사의 삶이 가지는 시대적 의의’를 주제로 발표한 윤은성 목사(어깨동무사역원 한국대표)는 “손양원 목사의 삶과 신앙은 먼저 우리 시대 한국교회가 다음세대로의 신앙계승에 실패하고 있는 현실에서 가정과 교회 중심 신앙회복 운동의 분명한 기준과 방법을 제시하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유학 가려던 미국보다 더 좋은 천국 갔으니 감사합니다”
손양원 목사는 부친 손종일 장로로부터 새벽기도와 아침·저녁 가정예배, 주일성수, 십일조 등을 배웠고, 그 신앙의 유산은 아들들에게까지 계승돼 가난과 고통 가운데서도 신앙을 지켜냈고, 일제 치하와 여순사건 때도 믿음을 확고히 지키는 신앙의 자녀들로 양육됐다는 것이다.
윤 목사는 “이러한 다음세대 신앙교육의 위기는 근원지인 가정에서의 신앙교육 부재가 낳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신앙교육은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맡기고 부모는 자신의 육신적 안위와 미래만을 염려하며 사교육·입시 정보 쟁탈전을 벌이며 주일 성수와 예배시간조차 공부를 위해 희생시킨 대가를 앞으로 처절하게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손양원 목사가 두 아들의 장례식에서 고백한 아홉 가지 감사제목 중 ‘미국 유학가려고 준비하던 내 아들, 미국보다 더 좋은 천국 갔으니 내 마음 안심되어 감사합니다’는 오늘 우리 세대를 돌아보게 한다”며 “세상과 쉽게 타협하는 오늘날 상황 가운데 순교적 신앙을 다시 확립하는 일을 위해, 손양원 목사의 아동기와 소년기, 청년기를 더욱 심도깊게 연구해 신앙교육 대안을 제시하는 일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도와 말씀, 삶과 신앙, 가르침과 섬김 등이 통전적 조화”
▲어깨동무사역원 한국대표 윤은성 목사(주님의교회 청년부 담임) |
그는 “손양원 목사는 오늘날 유행에 민감한 영성운동과 말씀·기도·성령·찬양 등 어느 한쪽에만 치우쳐 오류와 부작용을 겪는 우리 시대 그리스도인들에게 절실히 요청되는 롤 모델”이라며 “그는 ‘허물기와 껴안기’, ‘거절하기와 지키기’를 실천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나환자에 대한 차별을 허물어 환자들의 마음을 껴안았고, 지역차별주의를 허물어 민족과 교회를 껴안았으며, 원수에 대한 증오를 허물어 이데올로기의 상처를 껴안았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분을 허물어 순교적 신앙을 껴안았다.
이와 함께 나병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거절해 나환자에 대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지켰고, 친일적 현실타협 신앙을 거절해 하나님께 대한 정절을 지켰으며, 목회자의 권리를 거절해 그리스도의 섬기는 삶을 지켰으며, 자식들의 죽음과 장례식에서도 울음을 거절하고 찬송과 춤으로 순교와 종말론적 기쁨을 지켰고, 공산당에 피랍된 죽음의 위기에서도 두려움을 거절해 전도의 기회와 순교적 신앙을 증명하고 지켜냈다.
“지역주의 허물고 한 신앙 유형 절대시하지 않아”
세번째로 “분리와 대립으로 신음하는 우리 민족의 시대적 상황에 손양원 목사의 삶은 용서와 화합을 통한 치유책을 보여준다”고 윤 목사는 전했다. 손 목사는 평양신학교 재학 당시 기숙사 건물이 소속 지역별로 구분돼 다른 지역 출신들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고 방 배치에서 지역을 무시하고 하나로 통합시켰다. 그의 고향은 경남 함안이었지만, 사역 현장은 전남 순천이었다.
윤 목사는 “손양원 목사는 하나의 신앙유형을 절대시하는 교파주의를 허물고 성경 말씀과 기도에 기초한 복음의 정수만을 지키려 했다”며 “또 당시 교계 지도자들의 신사참배 수용이라는 친일적 현실타협을 거절하고 부모와 길선주·주기철 목사에게 배운 민족적 신앙을 지키려 했다”고 했다. 그에게 복음의 보편성(ecumenicity)은 있었지만, 교파적 편협주의(denominational intolerance)는 없었다는 것이다.
네번째로는 손양원 목사를 세계에 존경받을 만한 인류애를 실천한 모델로 꼽으며, 세계 속 한국의 경제적·정치적·선교적 위치와 역할에 비춰볼 때 그의 삶과 신앙은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윤 목사는 “<울지마 톤즈>로 잘 알려진 이태석 신부나 김수환 추기경과 비교해 봐도 손양원 목사의 삶은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뿐 아니라, 종교간 인물경쟁 논리가 아닌 측면으로도 온 국민과 세계가 존경할 만한 삶의 흔적을 지녔다”고 언급했다.
윤은성 목사는 “우리 시대는 한 마디로 인격적 인물이 없는 광야와 같고, 배움을 기대할 스승이나 삶으로 따라 살고픈 ‘큰 바위 얼굴’이 없는 허탈한 세상이 됐다”며 “그러나 인간 손양원이 우리 시대의 스승이기에 대한민국은 소망이 있고, 손양원 상의 제정은 기독교 정신의 발현이자 인간 본래의 원형질 회복운동”이라고 강의를 마무리했다.
이에 앞서 홍정길 목사(남서울은혜교회)가 ‘손양원 목사님의 생애와 신앙’을 발표했다. 권오승 대표는 마지막으로 ‘2012년의 전망과 CLA의 사명’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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