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대형병원의 의사가 행사장을 드나들며 수천 명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전파 방지가 최대의 관건임이도 보건당국은 격리 대상자들에 대한 정보를 해당 자치단체에는 통보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5일 긴급 발표를 통해 메르스 14번째 환자(남·35)를 진료했던 서울의 ⓓ대형병원 의사 A씨(남·38)는
자가격리 대상임에도 30일 오전 9시부터 3시간 가량 병원 대강당에서 진행된 심포지엄에 참석했고, 오후 6시께 가족들과 함께 외식을 했다고 밝혔다.
A씨는 14번째 환자가 양성 판정을 받은 5월30일부터 자가격리자에 포함돼 보건당국의 통제를 받고 있던 때였다.
A씨가 같은 날 오후 7시께 참석해 30여분간 머물렀던 양재동의 모 빌딩에서 열린 재건축조합 총회에는 참석 인원만 1565명 된다.
그는 지난 5월29일 병원 근무 후 세곡동의 자택으로 귀가했지만 이 날부터 미열 등의 경미한 증상이 나타났고, 이튿날인 30일에는 기침까지 했다.
하지만 A씨는 이튿날인 31일 오전 9시께 시작된 병원 심포지엄에 참석했지만, 증세가 악화돼 1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왔고, 이날 오후 9시40분께 모 병원에 시설격리 됐다.
권준욱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지난 4일 정례브리핑에서 "A씨를 비롯한 의료진 전체는 14번째로 확진된 순간부터 자가격리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고, 그 후 자가격리 과정에서 (A씨에게) 이러한 증세들이 나타나게 돼 검사가 들어갔고, 그 결과 환자로 확인된 것이다"라고 설명했었다.
의사가 자기 집에서 알아서 외부 접촉을 삼가야 한다는 보건당국의 지침을 어긴 셈이다. 보건당국 역시 자가 격리자에 대한 관리가 허술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게 됐다.
더구나 A씨는 자가격리 기간에 이미 수천 명의 시민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돼 이로인한 4, 5차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결국 허술한 보건 당국의 관리로 메르스가 지역사회로 전파되는 것이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 보건당국이 관찰·격리해야 할 대상자가 최소 1500여 명이 더 불어났다. 격리 해제된 인원을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전날까지의 격리 대상자와 합하면 그 숫자는 3000명을 넘어선다.
사실상 방역 대응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셈이다.
조성일 서울대 보건대학 교수는 "지역감염 가능성이 절대 없다고 할 수 없다. 다만 병원 구역 안에서 전파된 것인지 지역 내 일상생활을 하다 감염된 것인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서울시의 경우 상당히 인구가 많고 접촉이 빈번하기에 전국 평균 기준보다 더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염병의 특성상 관리 대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돼 관리체계의 격상도 불가피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당국은 그동안 메르스에 대한 관리체계를 '관심' 단계에서 감염병 징후 활동을 감시해오다, 지난달 20일 추가 유입과 국내 추가전파를 방지하기 위해 '주의'로 높였었다.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관리체계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었지만, 지역사회로의 전파가 되지 않아 '주의' 단계를 줄곧 유지해왔다.
국가전염병 관리 체계를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4개 단계로 구분된다. '경계' 단계는 해외에 퍼진 신종 전염병이 국내에 유입돼 다른 지역으로까지 전파됐다고 판단했을 때 내려진다.
'경계' 단계에서 전국으로 전염병이 퍼지면 '심각' 단계로 다시 격상되게 된다. 심각 단계에서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이 가동된다.
한편으로는 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지나치다는 입장도 있다.
이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서 모든 조치를 취할 뿐이다. 모든 상황과 조치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유해 나갈 예정"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