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불어닥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일지 주목된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등 유로존 9개국 국채의 신용등급을 1~2단계 강등하고 독일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최고등급인 트리플A(AAA)를 유지한 것이 충격을 일부 덜었다. 그러나 이번에 등급 재검토 대상에 올랐던 유로존 16개국 가운데 15개국이 등급을 강등당하거나 부정적 등급 전망의 딱지를 받은 충격파는 결코 작지 않아 보인다.

일단 지난해 말 주요 재정위기 국가인 그리스와 이탈리아가 신임 총리를 내세워 위기 대응에 나서고 유럽 정상들이 재정통합을 강화하는 협약을 마련키로 하면서 잠시 잠복했던 유로존의 위기가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용등급 하락은 통상 국채 이자율 인상으로 연결되는 만큼 프랑스 등 각국의 차입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또 프랑스 등의 국채를 담보로 자금을 빌린 유럽 은행들은 담보 가치 하락에 따른 연쇄피해를 당할 수 있다.
 
여기에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상 또는 대출 축소로 대응할 경우 실물 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다른 문제는 그리스, 이탈리아 등의 국가부도를 막는 `탄약고'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현재의 최고등급(AAA)을 상실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간 EFSF가 AAA를 유지해온데는 재원의 5분의 1을 담당하고 있는 프랑스의 최고등급에 기댄 바가 적지 않았다. 프랑스의 등급하락으로 EFSF가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EFSF의 신용등급마저 하향할 경우 유로존 재정위기 극복은 더욱 어려워진다는게 중론이다.
 
개별 국가 중에는 우선 유로존 2위 경제국인 프랑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신용등급 강등이 차입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경우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재정 긴축 드라이브는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점을 감안하면 사르코지의 재선가도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이미 지난달 S&P가 유로존 15개국의 신용 등급 강등을 경고한 이후 전문가들이 프랑스 등의 등급하락을 예상했고, 이는 시장에 이미 반영됐기 때문에 파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AFP 등 외신이 보도했다.
 
작년 8월 미국도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S&P의 최고등급에서 한계단 내려왔지만 실제 미국 경제가 받은 타격은 예상보다 훨씬 약했다는 평가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또 현재까지 3대 신용평가사 중 피치와 무디스는 프랑스 등의 등급을 하향할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측면을 감안한 듯 프랑수아 바루앵 프랑스 재무장관은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재앙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로존의 앞길에 놓인 난제들은 섣부른 낙관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선 그리스가 지난해 유럽연합(EU) 정상들이 2차 구제금융 패키지를 마련하면서 제시한 `채권 손실률 50%안'에 대한 그리스 정부와 민간 채권단 간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합의가 결렬될 경우 144억 유로 규모의 국채 만기가 도달하는 3월말 그리스는 무질서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피하기 어렵게 된다.
 
또 지난해 12월 EU정상들이 재정위기 타개책으로 내 놓은 유럽 재정동맹 강화 방안이 이날 S&P로부터 `위기 해결에 충분치 않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유로존 부자 나라들이 정부부채 또는 재정 적자에 허덕이는 회원국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눠갖는 유로본드의 도입, ECB에 대한 최종대부자 역할 부여, 신속하고 대대적인 EFSF 재원 확충 등 손에 잡히는 EU 공동의 자구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유로존의 진정한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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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위기 #유로존신용강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