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신학단상' 은 평신도들의 신학적 소양 함양(涵養)을 위해 각종 행사 등에서 신학자 및 목회자들의 발제문을 뽑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백석대학교대학원 목양동 2층 세미나실에서 개혁주의이론실천학회(샬롬나비·상임회장 김영한 박사) 주최 제10회 샬롬나비 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을 한 김영한 박사의 발제논문을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마지막 편. <편집자주>
IV. 영성 공동체로서 작은(강소형)교회의 신학적 원리
신학적 원리는 목회자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신학적 반성에서 세워진다. 하나님 나라 선포를 위하여 보냄을 받은 목회자는 목회현장에서 어떤 목회를 해나가야 할 것인지 목회적 체험을 신학적으로 반성해야 한다. 이러한 반성은 성경에 근거해야 한다. 성경적 리더십은 목회자 자신이 하나님의 보냄을 받은 자라는 사실을 깨닫는데서 시작된다. 보냄을 받은 자로서 목회자는 자기가 맡은 교회를 세상 직장아닌 영성공동체로 이해한다. 영성 공동체로서의 작은교회 목회의 신학적 원리는 초대교회의 사도적 목회에 대한 성찰에서 나온다.
1. 영성 공동체로서 작은교회의 성경적 근거
한국교회는 그동안 교회성장에 도취해 교회의 본질과 존재 이유를 잃어버리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제는 성경으로 돌아가 우리 각자의 교회 구조를 하나하나 비추어 보며 미래목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해야한다. 대형교회가 부의 공정한 배분을 위해 작은교회를 지원해야 한다는 정도의 활동을 하거나, 같은 교단 내 작은교회들끼리 모여서 구제활동이나 선교여행에 나서는 정도의 운동을 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 작은교회에 대해 좀더 성경적ㆍ신학적ㆍ목회적으로 접근하고, 체계적으로 사역자들을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마태복음 18장 20절에는 '두 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라고 말한 예수의 말씀은 바로 작은교회의 핵심개념이다. 예배당이라는 건물, 개별 교회와 교단이라는 조직 등에 너무 얽매여서 대형화의 길로만 나아가는 것은 성경의 원래 뜻과는 어긋나는 것이다. '강소형 교회'(Small but Strong Church)은 미래목회의 대안일 수 있다. 강소형 교회는 80~150명 정도의 '작지만 강한 교회'를 말한다. 교회를 개척해 설립하는 처음부터 대형교회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이 '강소형 교회'를 꿈꾸며 세워나가는 목회다.
따라서 강소형 교회를 세우기 원하는 목회자들은 자신들의 교회에 어떤 부분들이 부족한가를 깨달아서 약한 부분을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분명한 목회 비전'을 세워야 한다. 목회자 자신의 목회비전을 성도들과 공유해야 한다. 교회관에서 목회철학이 나오고 목회철학에서 목회비전이 나오면 그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목회전략과 방법, 프로그램이 따르게 된다.
'율법과 복음'에 대해 확실하게 가르치고, '평신도를 사역자'로 세워야 한다. 교회의 주체는 목회자가 아니라 성도들이 될 때 건강한 교회가 될 수 있다. '전도중심형 교회'로 재구성해야 한다. '재정의 건정성'도 회복해야 한다. 이 외에도 '건강한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비슷한 목회철학을 갖고 있는 신실한 목회자들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함께 발전해가야 한다.
강소형 교회는 결코 단기적으로 조급하게 서두른다고 세워지지 않는다. '보다 쉽게, 보다 빠르게, 보다 크게'라는 3가지의 고질병에서 벗어나야 한다. 강소형 교회 세우는 것은 인내가 필요하다. 하나님의 모든 좋은 것은 인내를 통해 주어진다. 인내 가운데 신학적 원리를 꾸준히 실천해나가야 한다.
2. 영성 공동체로서 작은교회의 신학적 원리
작은교회의 신학적 원리는 목장의 심정- 사랑, 영성 사역, 말씀 사역, 하시딤 신앙, 공동체성, 평신도 사역: '은사활용사역', 체계적인 양육 시스템, 지역사회 봉사 등이다.
1) 목장의 심정- 사랑
교인들을 종교적 대상이나 상품이 아니라 양들(영적 자식)으로 여겨서 이들이 어떠한 무례함과 문제를 저질러도 용납하는 모성애적 사랑이 기초적 세팅이다. 양들로부터 젖을 얻으려고 하지 않고 먼저 이들이 좋은 젖을 내도록 양육하고 보살피고 배려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종교의 본질이 하나님의 사랑이듯이, 목회의 본질은 목자장되시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다.
2) 영성 사역
교회는 건강한 영성을 개발시켜야 한다. 건강한 영성은 세상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셨던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건강한 영성개발을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경건훈련이다.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는 성경적 리더십을 가진 예수의 일꾼들을 양육하고, 작지만 강한 강소형 교회를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 말씀과 기도의 영성으로 반드시 무장해야 한다. 성령의 인도함과 교통 속에서 날마다 인격적으로 격려하고 성령의 아홉가지 열매를 맺는 공동체다.
개혁주의 영성의 함양은 건강한 교회의 영적 기초다. 개혁주의 영성의 특성은 세계내적 세계초월, 성례전적 실존적 삶, 말씀과 성령의 역동적 균형, 은사적 성결의 삶 증시이다. 건강한 교회를 위한 영성의 역할이란 종말론적 공동체의 정체성 함양, 내실적 유기체 사고 함양: 하나님의 나라 정위, 나눔과 섬김의 공동체 세움, 종말 지향성 등이다. 하나님 나라 백성공동체로서의 교회는 역사-종말론적 공동체이다. 교회는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의 종말론적 통로일 뿐이다. 교회는 온 세계와 온 인류를 품으시는 하나님의 통치하심을 분별하며, 증인 공동체로 부르시는 부르심 앞에 모든 것을 집중해야 한다.
3) 말씀 사역
사도적 목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역시 강단이다. 다른 사역을 아무리 잘하더라도 강단설교가 약해서는 안된다. 강단은 목회자의 철학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개혁교회의 본질은 하나님 말씀의 선포에 있다. 교회의 비전과 사역 방향성을 선포하고, 성도들의 삶을 인도하는 것은 강단이 되어야 한다. 단, 성도들의 신앙수준 및 형태에 따라 예배별로 설교의 방향성을 잘 잡아야 한다.
4) 하시딤 신앙
구약성경에서의 교회 모형은 이사야가 예언한 '남은 자'(Remnant) 사상인데, 언제나 작은 소수였다. 노아의 8식구, 애굽으로 이주한 야곱의 75인 가족, 광야의 1세대 중 가나안에 들어간 여호수아와 갈렙, 2지파로 구성된 남왕국 유다, 엘리야 시대 7천인, 유다 멸망 후 남겨진 자들, 그리고 바벨론 포로에서의 귀환자들 모두 그 시대의 남은 자들이었다. 이들은 경건한 사람들(the godly people)로서 하나님의 율법에 대한 열정적인 헌신을 바친 자들이며, 유대 나라가 망한 후에도 여호와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지킨 자들이다. 작은교회는 하시딤 신앙을 가진 자들에 의하여 유지되어야 한다.
5) 공동체성
성지 이스라엘의 목양실태를 보면 30마리 이하를 치면 극빈층, 300마리 이상을 치는 최상층, 그리고 80-150마리를 치는 중산층으로 구성돼 있는데 대다수는 80~150마리를 치는 중산층에 해당된다. 신약시대는 집(오이코스)에서 모였는데, 모임의 숫자는 작을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 교회와 한국 교회의 80~90%는 성인 100명 출석 미만이다. 작기만 하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강한 교회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작은교회는 '강소형 교회'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강소형 교회는 무엇이 강한 교회인가? 첫째, 복음의 확신이다. 성도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구원의 확신을 갖고 세상 속에서 십자가와 부활의 원리에 따라 살아가는 교회다.
둘째, '공동체성'이 강한 교회다. 그리스도의 몸과 지체로서의 소속감을 갖고, 서로 교제하고 의존하며, 책임감을 갖는 가족으로서의 교회다. 오늘날 장수문화를 위해서도 공동체성이 중요시되고 있다. 우리는 초고속 경제성장과 다원화 과정을 거치면서 가족 공동체적인 가치를 점차 잃고 있다. 아파트가 주거 방식의 대세가 되면서 이웃 간의 단절도 늘어나고, 마당과 같은 공동의 작업 공간도 잃었다. 고령사회로 급속히 이동하는 우리 사회는 건강한 장수 문화를 위하여 가족·친구·이웃 간에 21세기형 두레와 같은 끈끈한 공동체적 생활이 요구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건강하고 활기찬 진정한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위해서는 개인적인 기도와 성경공부도 중요하지만 성령 안에서 가족처럼 서로 끈끈한 정을 나누는 거룩한 정감(情感)이 또한 있어야 한다.
6) 평신도 사역: '은사활용사역'
평신도 '은사활용사역'을 하는 교회다. 목회자와 성도의 은사가 무엇인지 분별하고, 개발해 교회 안과 교회 밖의 사역을 점차 전문화시키는 것이다. 목회자는 은사받은 평신도를 귀하게 여기고 목회의 동역자로 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목회자가 만능일 수 없다. 목회자가 반드시 신유나 설교와 가르침과 심방을 독점할 필요가 없다. 교인들 가운데 성경공부를 잘 인도하는 자들을 구역장으로 팀장으로 키워 평신도 지도자로 만들어야 한다.
7) 체계적인 양육 시스템
'체계적인 양육 시스템'을 운영하는 교회다. 단순히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지 않도록 관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성장, 성숙하게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는 성경공부를 통한 QT론, 전도론, 구원론, 성화론, 교회론, 신론, 기독교 세계관, 기독교 문화관, 기독교 윤리 등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담임목사가 제자를 훈련하여 이들이 다시 제자를 만들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제와 훈련이 필요하다.
8) 세상에 소금과 빛: 지역사회 봉사
지역사회 봉사는 '세상과 소통하는 전도력'을 함양한다. 자기교인들만을 생각하는 교회는 점차 지역사회로부터 무관심과 냉대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교회는 자기를 개방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개발해야 한다.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지역사회에 대한 영향력이 있어야 지역민들을 진리의 길로 인도할 수 있다. 지역사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그 지역에 맞는 봉사 프로그램을 갖춰야 한다.
■ 맺음말: 작은교회 운동이 직면한 과제는 초교파적인 조합 형식의 네트워크
작은교회가 살아야 한국교회는 탈성장시대에 진정한 활로를 찾을 수 있다. 교회는 정말로 해야 할 의미 있는 일, 영원이란 관점에서 남는 몇 가지 일에 모든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교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예배와 소그룹(교제), 봉사(선교)다. 교회는 예배를 통해 하나님을 알고, 사랑해야 한다. 소그룹 활동으로 성도 간 깊은 관계(코이노니아) 속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해야 한다. 봉사(선교)를 통해 하나님과 이웃 간의 참된 관계를 확장해야 한다. 이런 핵심 사항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교회는 단순해야 한다.
탈성장시대 교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영성공동체로서의 교회다. 교회의 생명은 그리스도의 생명을 지닌 성도들의 영적 정신적 사회적 교제로서의 공동체적 연결에 있다. 말씀과 성령이 역동적으로 역사하는 공동체가 영성 공동체다. 교단들을 가로지르는 '작은교회간 연합'이 요청된다. 이때 권위주의적 모델을 지양(止揚)하는 초교파적인 조합 형식의 네트워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신학연구자, 목회자들, 교인들이 함께 하는 다각도의 소통공간을 필요로 한다. 또한 신학적, 신앙적으로 작은교회적 공공신학의 형성을 위한 활동이 요청된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작은교회는 오늘 우리사회의 공공성에 기여하는 개신교적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은 개신교 신앙의 위기에 대한 탈성장시대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