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사)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과 (사)교회법학회가 공동으로 "교회 재판(교회 및 소속 교단 등의 각종 재판)과 교회분쟁해결"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 가운데, 발표자들이 각 교단 사례를 경우로 들어 발표해 유익이 됐다.
1일 서울변호사회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첫 발제자로 나선 서헌제 교수(한국교회법학회장, 중앙대법학전문대학원)는 "교회재판의 현황과 문제점"이란 주제로 발표하면서, 국내 대표적인 교단인 예장통합의 4년간 총회재판국 재판 사례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회재판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서헌제 교수는 "각 교단의 최고법원이라고 할 수 있는 총회재판국이 교인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각종 치리회 결의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최후 보루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실에서 교단재판은 교회법의 모호성과 재판기관의 전문성 결여, 그리고 재판의 공정성에 있어서 많은 불신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 지적하고, "이러한 교회재판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여러 치유방안이 제시되고는 있지만 가장 중요하고 실현가능한 대안은 교회재판의 공개"라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예장통합교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교단이 판결문을 외부에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판결문의 공개야 말로 교회재판에 대한 신뢰를 얻는 길"이라 했다. 그는 "판결이란 교단 헌법규정 못지않게 교회법의 법원(法源)으로서 중요하다"면서 "당사자들은 판결을 통해 확립된 재판부의 입장을 바로 알아야 향후 교회재판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으며 교회재판에 대한 교리적, 법리적 분석과 비평이 가능해져 이른바 판례법으로서 교회법이 발전할 수 있게 된다"고 이야기 했다.
송인규 변호사(법무법인 정원 대표변호사, 서울대 외래교수, 기감 총회특별재판위원)는 "행정재판 구조와 문제점"(감리교회의 재판제도를 중심으로)을 발표했다. 그는 "교회재판이 하나님의 정의와 교회법과 원칙에 따라 합리적이고 합법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교회와 관련된 분쟁이 국가법정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게 감소될 것이라는 사실은 명확하다"고 강조하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교회법들이 체계화되고 규정들이 명확하고 객관적인 용어로 정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송 변호사는 "재판위원회(재판국)의 구성도 법적 소양이 있는 전문적인 위원들이 많이 포함되어야 하며, 동시에 전문성 제고를 위하여 재판위원에 대한 연수 및 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한다"면서 "교회의 정치적 영향을 배제하기 위하여 재판위원회(재판국)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 "성경의 말씀대로 분쟁의 양당사자들이 합력해서 선을 이루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기 때문에 교회재판에서 조정제도의 도입과 활성화를 통하여 남소를 막고 분쟁을 가능한 타협하여 화해를 도모하여, 분쟁 당사자 상호간에 윈윈하도록 하여야 한다"면서 "교회재판과 국가재판 사이에서 완충역할을 하고, 나아가 분쟁을 조정과 화해로 마무리하도록 도와주는 한국기독교 화해중재원의 적극적인 역할이 기대 된다"고 이야기 했다.
장우건 변호사(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 부원장, 운영위원장)는 "교회 재판과 국가 재판의 관계"를 주제로 발표했는데, 그는 교회재판에 대해 국가재판이 간섭할 수 있는 범위(사법심사권의 한계)를 살펴보고 교회재판이 본질과 목적을 이탈하여 교인들의 일상적인 민사·형사 분쟁에 개입하는 하는 것은 교회재판의 남용이라는 점을 자신이 실제 관여한 소송사건을 중심으로 짚어봤다. 더불어 분쟁 중에 있는 반대 측 교인들을 권징재판에 의하여 제명, 출교하는 것 역시 교회재판의 남용이고, 교회분쟁(분열)을 장기화할 뿐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교회 정관 또는 교회재판이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관해 논의했다.
장 변호사는 "다른 발표자이 교회재판에 관한 실체법 및 절차법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하고, "그러나 제도의 정비보다 우선적인 것은 교회재판 담당자들의 능력과 열심"이라며 "교회분쟁이 교단의 재판국 또는 심판위원회의 조정 및 판결에 의하여 원만히 해결된다면 교회재판에 대한 법원의 소송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 이야기 했다. 그는 "교회재판이나 국가재판이나 모두 특별한 기술을 요한다"고 말하고, "그러므로 교회재판을 위하여 이러한 기술을 갖춘 전문가를 양성하여 법관처럼 평생 교회재판업무에만 종사하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 "재판위원이 목회를 겸하다 보면 재판에 전념할 수 없고 재판기술도 향상되지 아니하므로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교회재판관의 자질이 있는 이들을 뽑아서 상당한 수준의 재판관 연수교육을 받게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장 변호사는 "교회분쟁이 발생하였을 경우 바로 사회법정에 제소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교인들은 법원의 재판에 대하여 지나친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면서 "법원의 재판은 통일성과 일관성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은 법원에 과도하게 의지하지 말고 성경에 따라 분쟁을 자주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여러분 중 누군가가 다른 사람과 분쟁이 있을 때, 그 사람은 어떻게 감히 하나님의 백성들 앞에서 중재를 받는 대신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운 법정에서 판결을 받으려 합니까?"(고린도전서 6장 1절) 구절을 인용하고 발표를 마무리 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세 사람의 발표 외에도 권헌서 변호사(예장통합 재판국장)는 "권징재판의 구조와 문제점"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행사 전에는 심이석 목사(교회법학회 이사)가 개회기도를 하고 양인평 변호사(화해중재원장, 전 부산고법원장)와 전주남 목사(새서울교회, 교회법학회 이사장)가 환영인사를 전했으며, 김한규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장)가 축사를 전하기도 했다. 행사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후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