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가 23일(현지시간) 국민 투표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동성(同性) 결혼을 합법화했다.
동성 결혼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전날의 국민투표에서 전체 국민의 62.1%가 '결혼은 성별에 상관없이 두 사람간 결합으로 이뤄진다'는 내용으로 헌법 변경에 찬성했다.
이로써 아일랜드는 동성 결혼을 국민 투표에 의해 합법화한 첫 번째 국가가 됐다.
예상치 못한 아일랜드의 국민투표 결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투표를 행사한 유권자 120만명 이상이 동성 결혼에 대해 찬성표를 던져 75만명의 반대를 눌렀다. 또 43개구의 선거구 가운데 찬성보다 반대표가 많은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수 만명의 젊은층이 이번에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것도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엔다 케니 총리는 투표 결과에 대해 "아일랜드 국민들이 관대하고 인정이 많고, 기쁜 사람들이란 걸 알렸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조안 버턴 부총리는 "마법이 움직이는 순간 아일랜드에서 세계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며 국민들의 선택을 승리로 선언했다.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아일랜드의 유권자들은 낙태와 이혼을 금지하는 카톨릭의 방침을 지지했었다. 이혼은 1995년 아주 미미한 득표 차이로 합법화됐고 낙태는 지금도 법으로 금지돼 있다.
아일랜드의 디어미드 마틴 더블린 대주교는 "동성 결혼에 대한 카톨릭 지침에 맞선 압도적인 투표는 카톨릭 지도자들이 아일랜드의 젋은이들을 위해 새로운 메시지와 목소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더블린=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