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에 전에 인류가 사용하는 총에너지량은 지구수용능력의 70%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저마다 소비를 향한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다보니 1999년 이후로는 지구수용능력의 120% 이상을 초과하고 있다. 녹아내리는 얼음으로 북극곰은 서식지를 구하지 못한다. 해수면의 수온 상승으로 바다거북이는 암컷새끼만 낳고 있다. 인류는 각종 환경질병과 기상이변에 시달리고 있다.

 

 

▲유미호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 ⓒ베리타스 DB

요즘 한국 기독교계에서 활발한 담론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기독교 환경교육’. 그런데 이러한 담론들은 환경이 파괴되고 있는 ‘어쩔 수 없는’ 상황들에 의해 태동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 담론의 주도자들이 바라는 대로 환경파괴가 덜하여지고, 마침내 지구수용능력의 안전한 범위를 넘지 않는 에너지 사용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기독교 환경교육’의 설 자리도 사라지고 마는 것인가? 아니, 굳이 ‘기독교’라는 말을 넣을 필요는 있는 것인가.

 

신간 『기후붕괴시대, 생명을 살리는 교회 환경교육』의 저자 유미호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독교 환경교육’의 내용이 “단순히 수질오염이나 대기오염을 논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며 “그것은 숲 전체를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우를 범하는 일과 같다”고 말한다. 20년 가까이 기독교환경운동에 몸담으며 많은 사람들을 교육해 온 그에게 있어서 기독교 환경교육의 목표는 “인간성과 자연성 회복”이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목표가 설정된 배경은 환경파괴의 현실에 있지 않다. 구약성경의 창세기 1장에 명시된 바와 같이 “원래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았고 창조질서를 보존할 사명뿐 아니라 새롭게 가꾸고 재창조할 과제를 갖고 있다”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성경적 이해가 보다 근본적인 배경으로서 역할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교육을 통해 이러한 정체성과 사명을 자각하도록 함으로써, 현재와 같은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로 이어지는 물질주의적 생활방식을 변화시키도록 하는 데 ‘기독교 환경교육’의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저자는 ‘생태학적 회심’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소개한다. 그는 “녹색 그리스도인이란 단순히 육성되는 것이 아니며, 생태학적 회심 없이는 될 수 없다”며 환경문제가 교육적 차원을 넘어 ‘신앙적’ 차원에서까지 인식되어야 함을 말한다.

녹색교회로 자처하는 교회들의 공동의 ‘신앙고백’에 생태학적 회심의 내용이 잘 설명되어 있다. 이 신앙고백은 성부, 성자, 성령의 활동을 창조세계의 보전과 연관시키며 “우리는 하나님께서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시고, 지금도 창조보전을 위하여 일하심을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우주 만물을 사랑하사 그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시고, 십자가의 피로 만물과 화목케 하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셔서 영생을 약속하셨습니다. 성령은 모든 피조물이 창조될 때에 보내심을 받았으며 지금도 만물을 새롭게 하십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은 청지기의 사명을 부여받았으며,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만물을 충만케 함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이룰 것임을 믿습니다. 아멘”이라고 말한다.

또 선포, 교육, 친교, 봉사, 조직과 같은 교회의 핵심적인 기능들을 ‘녹색교회 열 다짐’으로 재해석하며, 예를 들어 ‘선포’에서는 ▲만물을 창조하고 보전하시는 하나님을 예배한다(환경주일을 정하여 지킨다, 창조보전에 대한 설교를 한다, 성만찬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하나님 안에서 사람과 자연이 한 몸임을 고백한다(매일 정오에 신음하는 피조물을 위하여 기도한다, 단순소박하고 불편한 삶을 즐긴다)와 같은 다짐들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기독교·교회·크리스천의 삶이 이 모든 것의 시작이자 무대가 되는 ‘창조세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을 말하고, 구체적으로 교육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이해들을 실천할 수 있는 방안들을 조목조목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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