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세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 교역이 급격히 위축된데다, 대중(對中) 수출에서 가공 및 중계무역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무역팀 김용복 차장이 이슈노트에서 분석한 '금융위기 이후 무역환경 변화와 우리나라의 수출'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전(2000~20007년)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은 연평균 13.0%를 기록한 반면 2012년 4.4%, 2013년 4.5%에 이어 2014년 2.3%로 하락했다. 지난해의 경우 세계교역신장률(3.4%)에도 못미쳤다.
우리나라의 수출 부진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선진국의 수입수요 자체가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세계 교역에서 선진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에 들어 70%대였으나 최근 50%대 초반으로 줄어들었다.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및 리쇼어링(제조업 회귀)현상과 중국의 내수 위주 성장, 가공무역 억제 정책으로 중간재 수출이 크게 위축된 것도 원인으로 꼽혔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 임금격차가 줄어들고, 선진국 내 고용 창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선진국이 해외 제조업 생산설비를 자국으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또 세계 중간재 무역을 주도하던 중국이 중간재 자급률을 올리고, 2010년부터 가공무역을 일반무역으로 전환하는 각종 정책들을 펼치면서 중간재 수입이 위축됐다.
중국과의 수출 경쟁 심화도 수출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에서 생산비 우위 업종인 화공품과 기계류, 철강 등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복 차장은 "선진국의 경제성장세가 회복되더라도 국제 생산연관관계 약화, 중국의 가공무역 억제 정책 등 구조적 요인이 우리나라 수출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기업의 해외 생산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점도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우리 수출 증가를 위해서는 R&D 투자 확대를 통한 핵심기술 강화, 신제품 개발 및 제품 차별화, 생산 효율화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수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