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한국석유공사의 '하베스트 부실 인수' 사건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메릴린치가 자문사을 맡은 배경이나 하베스트의 부실 계열사 날(NARL)을 인수 과정에서 했던 역할 등이 밝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12일 메릴린치 서울지점과 석유공사, 강 전 석유공사 사장 거주지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특히 메릴린치 서울지점과 강 전 사장 거주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번 수사가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측근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당시 메릴린치 서울지점에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알려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아들 형찬씨가 상무로 근무하며 하베스트 인수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에 대해 검찰은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메릴린치 서울지점이 석유공사에 어떤 자문을 했고 날 인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우선 살펴볼 방침이다.
더욱이 메릴린치가 날 인수에 앞서 제공한 자산 가치를 당시 석유공사가 실사 조차 거치지 않고 받아들인 점 등에 비춰 강 전 사장과 김 전 총무기획관 등의 '친분' 때문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제 석유공사는 지난 2009년 10월20일 메릴린치의 투자자문보고서를 건네받은 지 하루만에 날을 인수하기로 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등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MB집사'의 아들 김 전 상무의 존재는 정치권에서 처음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 의원들은 메릴린치가 석유공사에 제출한 자문계약서를 근거로 "김 전 상무가 당시 하베스트 인수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80억원의 성공보수까지 청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MB정부 시절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인수 계약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 부총리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강 전 사장에 대한 조사가 최 부총리까지 이어질 경우 검찰의 하베스트 부실 인수 수사가 또 다른 사정(司正)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