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11일로 한달을 맞았지만 '성완종 리스트'의 실체를 밝혀줄 결정적 단서인 비밀장부를 찾지 못하면서 이번 수사가 미완(未完)으로 끝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검찰은 현재 성 전 회장의 최측근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용기 전 비서실장 등을 통해 비밀장부의 실체에 대해 추궁하고 있지만, 이들로부터 유의미한 진술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리스트 8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홍준표 경남도지사, 이완구 전 국무총리,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등을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앞으로 한달 정도 수사를 진행한 후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사 기간이 두 달을 넘기는 것을 청와대나 검찰 수뇌부가 원치 않는 데다, 수사 장기화에도 불구,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할 경우 '봐주기 수사', '면죄부 수사', '부실 수사' 등에 대한 검찰 책임론 또한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이 지난주 홍 지사를 소환조사하면서 수사가 활기를 띄게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당초 성 전 회장이 리스트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 측면이 있다.
이 사건 초기 수사 대상은 김기춘·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홍 지사와 이 전 총리, 홍 의원 등이 금품을 받은 정황이 다른 인사들보다 구체적으로 나오면서 수사 타깃이 달라졌다.
특히 홍 지사는 리스트 8인 중 유일하게 새누리당내 친이계인 만큼 여권내 주류인 친박계들이 그가 첫 수사 타깃이 된데 대해 별로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또 이 전 총리는 계속된 거짓말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이미 여권내에선 버린 카드란 얘기가 나오고 있으며, 홍 의원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 검찰 수사에서 약간 비켜나 있는 인사들은 김·허 전 실장,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등 살아 있는 현실 권력과 직접 관련된 이들이다.
검찰 관계자는 "살아있는 현실 권력을 수사한다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한 뒤, "여론의 뭇매는 맞겠지만 금품공여자가 사망한 상황에선 검찰로서도 2~3명 정도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이 사건을 마무리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두번에 걸친 성 전 회장의 특별 사면에 대해 수사하겠다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때 사면을 들춰보려면 이쪽(박근혜 정부)에서도 거기에 상응하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며 "이 실장이나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자금을 관리했던 서 시장 등이 걸려들지 않는 이상 사면 수사를 하겠다고 나서기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난 4·29 재보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줄기차게 사면 수사 필요성을 언급, 결국 보수표 결집에 성공한 만큼 청와대와 여권 입장에선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릴 이유가 더이상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법조인은 "어차피 이 사건 초기부터 현실권력을 손대는 것이 불가능할거란 예상은 불을 보듯 뻔하지 않았느냐"며 "망자는 말이 없고 장부도 나오지 않고 있으니 성 전 회장의 복수극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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