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통전적 신학을 추구하는 장신대에서 근본주의 진영 설교의 대가 박영선 목사(남포교회 원로)를 초청, 설교대담을 나눠 관심을 모았다. 11일 오후 윤철호 교수의 사회로 열린 이 날 대담에서는 설교 비평 장르의 개척자 정용섭 목사(샘터교회)가 초청되어 박 목사와 함께 대화를 나눴다.
대담은 5가지의 질문을 화두로 진행됐다. "설교란 무엇인가?" "설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설교자는 누구인가?" "설교에서 신학은 왜 필요한가?" "목회활동 안에서 설교가 차지하는 위치는?" 등의 5가지가 그것이다. 이 질문에 박영선 목사와 정용섭 목사가 대답하는 방식으로 대담은 진행됐다.
박영선 목사는 설교란 "'하나님의 약속'과 '우리의 기대'와 '현실'의 '괴리 속'에서의 비명"이라는 재미있는 표현으로 정의했다. 그것은 증언일 수도, 설명일 수도, 교훈일 수도 있다면서. 그는 "절대 다수는 할 줄 모르는 것을 진지하게 하면 비명 밖에 나오지 않는다"면서 "설교의 한계와 모순을 경험했기에 비명을 질렀다"고 자기 경험을 이야기 했다.
이어 박 목사는 "설교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리 중 하나'가 되는 것"이라 했다. 설교자가 청중 중 하나란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말인데, 그의 설교가 구름 위 떠있으면 안되고 강 건너 손짓하듯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청중과 동일한 현실 속에 약속 도전 공포 등을 고스란히 가진 사람이 강단에 올라가는 것"이라며 "무리 중 하나를 부른다는 것은 결국 전체를 부르는 것과 같다"고 했다.
또 박 목사는 설교자에 대해 "하나님이 세운 자"라고 정의하고, 설교에 신학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신앙의 전제는 '예수 믿고 구원 얻는 것' 아니라, '예수 믿고 난 다음 살아야 할 현실은 무엇인가'라는 것"이라며 "하나님이 인간을 조정 혹은 강요하시지 않고 납득시키시는데, 신학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가장 중요한 인식, 특권으로서의 이해"라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박 목사는 "설교를 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임재와 권위를 상징하는 것"이라며 "예배시간 설교가 있다는 말은 하나님이 이 예배에 임재하시고 하나님의 권위가 이 예배에서 선포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설교자는 은혜의 상징이 된다"면서 "하나님이 우리 중 하나를 설교자로 세워 하나님 말씀 증언케 하셔서 그 말을 듣는 청중을 하나님이 자기 백성으로 인정하고 계시다는 상징"이라 했다. 또 "교회를 사회가 비난해도 하나님께서 계시고 일하시고 그 백성을 돌보신다는 선언이 주일마다 울려 퍼지는 것"이라 했다.
특히 박 목사는 "설교를 가르친다거나 멋지게 하려 말고, 매 끼니 자식들에게 밥 준다고 생각하고 하라"면서 "보약 먹고 크지 말고 그 나물에 그 밥 먹고 큰다 생각하라"고 주문했다. 또 "줄거리가 있어야 사람을 납득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우리는 편안하고 분명하기를 너무 바라기 때문에 하나님 만드시는 (긴장과 절정 등이 포함된) 드라마를 보지 못 한다"고도 지적했다. 더불어 그는 "(자신이) 근본주의 진영에서 왔는데 하나님이 거기에 본인을 심으셨다"고 표현하고, "테너와 베이스가 다르듯 다른 음을 내서 화음을 만드는 것"이라며 근본주의 진영과 그보다 자유로운 신학적 추구를 하는 이들이 상호 배척이 아닌 조화의 관계임을 이야기 했다.
정용섭 목사는 "설교란 청중이 성령의 도우심으로 성서의 고유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언어행위"라고 정의했다. 박영선 목사가 구원 이후 삶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면, 정 목사 자신은 "설교자가 청중을 의식하지 말아야 한다"고 표현할 정도로 예수 그리스도 말미암은 구원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설교자 역시 그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경 텍스트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 아니라 역사 가운데 발생한 것들이기에, 역사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한국교회 전시대 그렇지 못했던 것이 있다"면서 역사비평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한편 주최 측은 "지금의 한국교회에 '설교란 무엇인가, 설교자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하고, "때문에 박영선 목사를 떠올렸다"면서 행사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