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시스】지난달 25일 오후 네팔 중부지역 진도 7.9 지진 발생 후 60차례 이상 크고 작은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네팔 현지사정은 생각보다 더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긴급의료구호단체 재단법인 그린닥터스의 '네팔 지진 의료봉사단'(단장 정근)은 지난 2일 오후 10시께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도착한 뒤 3일부터 본격적인 의료활동을 펼치면서 6일 현지 상황을 전했다.
그린닥터스 의료봉사단은 현지 도착 후 의료기기 등 짐을 풀고 현지 선교단체 관계자들이 밤 12시까지 긴급회의를 갖고 의료봉사 일정을 논의한 뒤 봉사단 배치 등 긴급 의료봉사 계획을 마련했다.
카트만두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의료봉사단은 3일 아침 카트만두에서 차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사쿠 지역에서 첫 의료봉사를 펼쳤다.
그린닥터스 의료진이 도착하자마자 지진 피해로 다친 주민 수백명이 의료 캠프로 몰려드는 바람에 의료진들은 현지 군인들에게 빌린 천막을 병원삼아 맨바닥에 임시로 천을 깔고 앉아서 환자를 치료하고 의약품을 나눠 주면서 땀을 쏟았다.
특히 4일에는 오전 7시(현지 시각) 카트만두를 출발해 차로 4시간 걸리는 신두팔촉에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이번 네팔 대지진 참사의 최대 피해지역인 네팔 북동부 신두팔촉은 진앙지와 가까운 지역으로 여진의 위험이 계속되는 곳이다.
네팔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이곳 신두팔촉지역의 사망자는 2838명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입고도 현지인들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척박한 산간지대라 구호단체의 손길이 미치지 못해 치료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진으로 진입이 쉽지 않아 오후 1시가 다 돼서야 신두팔촉에서도 오지 마을인 게우라니에 도착한 의료봉사단은 눈앞에 펼쳐진 처참한 관경에 한동안 말을 잃었다고 참담한 현장을 전했다.
지진 참사 전까지 300여 가구가 살고있던 이 마을은 대지진 후 성한 가옥이 하나 없었다고 했다.
현지 주민은 이 마을에서만 지금까지 35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아직 잔해에 묻혀 있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많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날 그린닥터스 봉사단원들이 도착하자 주민들은 "지진 발생 후 처음으로 구호팀을 보게됐다"며 기뻐하는것을 보고 험한 길을 찾아간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그린닥터스 봉사단원들은 빈 공터에 임시로 천막을 세우고 전기 공급이 되지 않아 겨우 공수해간 발전기로 의료장비를 가동시켰다.
그린닥터스 의료진은 심각한 부상을 입고도 치료에 엄두를 못내고 있던 마을 주민 300여 명을 진료했다. 상처는 오랜 시간이 지나 곪기 시작했고 굴러내린 바위에 다친 상처가 심각한 주민들이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치료를 받은 수실라 기리(10) 양은 무너진 잔해에 맞아 이마에 상처가 나고도 9일이 지나서야 그린닥터스 의료봉사단을 만나 7바늘을 꿰매는 긴급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청년 4명에 의해 천에 감싼 채로 들려온 한 80세 여성도 건강을 회복했다.
기리 양의 수술을 집도한 온종합병원 최경현 진료원장은 "간단한 수술은 현장에서 바로 실시할 수 있지만 여전히 심각한 부상이나 상처를 입은 주민들이 많아서 구호의 손길이 더 많이 필요하다"며 "세계 각국에서 온 의료봉사 단체들과 함께 의료봉사 기간동안 최대한 많은 환자들을 돌볼 생각"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의료봉사를 마치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온 그린닥터스 정근 단장은 "오가는 시간만 10시간이 넘었고 잠시도 쉬지 못하고 환자를 돌봐야하는 고된 봉사지만 참담한 네팔의 현실을 보면서 마지막 한 명의 환자까지 돌봐 주기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린닥터스는 7박 8일간의 의료봉사 일정을 마치고 우리 시간 오는 8일 밤 11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한편 네팔은 6월부터 9월 사이에 연중 강수량의 80% 이상이 집중되는 우기를 앞두고 있어 콜레라 등 수인성 질병과 전염병 창궐이 예상되어 현지 주민들의 더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