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4일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의 임기를 이틀 앞둔 가운데 마지막 원내대표 주례회동을 가졌지만 4월 임시국회 현안을 마무리 짓기 위한 합의를 이뤄내지는 못했다.
◇쟁점법안 소득 無...6일 처리여부 갈릴 듯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주례회동을 열고 4월 임시국회 중점 처리법안 처리와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인준 등에 관한 막판 협상을 시도했지만 쟁점 법안에 대한 합의는 불발됐다. 다만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의 국무회의 의결 일정을 야당의 요청에 따라 미루는 것을 검토키로 했다.
현재 학교 주변에 호텔 건축 기준을 완화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취소됨에 따라 사실상 4월 내 처리가 불투명해진 상태다. 이에 따라 이와 연계된 법안인 최저임금법 처리도 힘들어질 전망이다.
연말정산 후속대책을 비롯해 지방교육청이 1조원의 지방채를 발행하는 내용의 지방재정법 개정안과 지방의회에 정책자문인력을 1명씩 두도록 한 지방자치법 개정안 연계 처리도 여야 간 명확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본회의 당일인 6일이 돼서야 이 법안들의 처리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새누리당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주례회동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안 처리에 대한) 합의사항은 없었다"며 "관광진흥법은 오늘도 법안소위가 취소됐는데 모레(6일) 아침까지라도 야당이 의지만 있으면 아침 일찍 법사위까지 넘길 수 있으니 야당이 최선을 다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조 원내수석부대표는 연말정산 후속대책에 대해서도 "정부가 완벽한 수준에 가까운 대안을 만들었는데 야당이 문제제기를 하며 지엽적인 이유로 처리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를 처리하지 않으면 5월에 (연말정산) 환급이 안 되는데 국민적 부담과 비난에 책임질 수 있겠느냐고 (야당에)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관광진흥법은 우리가 반대했다"며 "이 법안은 연동돼 묶여있기 때문에 다른 법이 통과되면 같이 통과되는데, 이 법이 통과 안 되기 때문에 회의에 진척이 없었다"고 밝혔다.
안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방재정법 개정안과 지방자치법 개정안의 연계처리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내에서도 지방자치법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는 데다 일단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으니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야당이 오는 6일 국무회의를 통과할 예정인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에 대해 보류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내수석부대표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1과장이 공무원 출신인데 내정설이 있어서 이는 셀프조사가 될 우려가 있어 맞지 않으므로 철회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며 "아마 청와대와 여당이 협의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상옥 임명동의안 직권상정 가능성
여야는 대법관 공석 사태를 야기하고 있는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에 대해서도 끝내 조율하지 못했다. 야당은 주례회동에 앞서 정의화 국회의장을 찾아 임명동의안 직권상정에 반발하는 '항의방문'을 했지만, 정 의장은 여야 합의를 전제로 한 13일 원포인트 본회의로 사실상 최후통첩을 마쳤다.
조 원내수석부대표는 "정 의장은 직권상정 의지를 갖고 있다. 야당이 직권상정이 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는데 임명동의안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안건"이라며 "정 의장도 법원의 입장을 존중해서 (직권상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측면이 있다"며 야당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에 대해서는 "야당이 대법관 인준 자체를 거부하면서 불가론을 꺼내드는데 (야당이) 원포인트 국회를 동의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결국 정 의장이 직권상정으로 처리되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안 원내수석부대표는 "(직권상정은) 절차적으로 맞지도 않고, 우리가 청문회 개최를 하루 더 요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은 문제"라며 "일단 정 의장에게 직권상정하면 안 된다고 항의했으니 저쪽에서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법관 인준을 이번에 통과시키지 말고 6월에 통과하면 좋겠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전달한 것"이라면서도 "행간의 내용을 보니 정 의장이 (직권상정에) 강력하게 뜻이 있는 것 같아서 이를 어떻게 막아내야할 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우윤근 마지막 주례회동..."개헌특위 아쉬워"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마지막 주례회동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아쉬움을 표했다. 우 원내대표와 약 3개월 동안 파트너로 활동했던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주례회동을 마지막으로 오는 7일 새로 선출되는 새정치연합의 신임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추게 된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주례회동에서 "여러 가지 참 아쉽고 서운하다"고 심정을 밝힌 뒤 "대화가 실종된 과거의 국회에서 우윤근 원내대표의 이런 (주례회동) 제안이 정말 훌륭한 제안이었다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고 우 원내대표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는 개헌특위 구성을 꼽고 "제가 여러 가지 이유로 피치 못하게 개헌특위 제안에 대해 냉담할 수밖에 없었던 점은 우윤근 대표에게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저도 그런 제안에 대해 계속 진지하게 고민하고 언젠가는 꼭 화답해드릴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큰 소리에 놀라지 않은 사자처럼 해보고 싶은 마음이었고 그물에 걸리지 않은 바람처럼 선선하게 하고 싶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조그만 소리도 깜짝 놀라는 쥐 같은 형국으로 쪼그라들었고, 이런 저런 그물에 걸리기도 하고 함정에 빠지기도 하고 내외 안팎 여건에 그랬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는 "(여야가) 최소한 나라를 걱정하고 국정을 이끌어가는 파트너로서의 존중, 배려하는 정도는 돼야겠다는 마음이었다"면서도 "진영논리에 갇혀서 못나간 적도 많고 그래서 권력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여야가 정쟁을 그치는 건 불가하다는 게 제 판단이었다"고 거듭 개헌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