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일 일본 나가사키현 하시마(일명 군함도) 등 조선인 강제징용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성과 관련, 강제노동 문제를 국제사회에 제기하겠다고 대응방침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일본은 메이지 시대 산업혁명 관련 시설·장소 23개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며 "문제는 이 중 7개 시설·장소에서 근 6만명의 한국인들이 강제 노동을 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세계유산으로 등재, 그것도 온전히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을 바라만 볼 수는 없다는 처지"라고 밝혔다.
그는 "강제 노동 문제를 세계유산위원회 21개 위원국 중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19개 위원국들에 강력히, 그리고 지속해서 제기해왔고 제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그간 서울에 있는 주한 대사들을 대상으로 우리 처지를 설명했다. 각 위원국 수도에서는 우리 대사들이 해당국 외교부·문화부 등 관계부처와 접촉했으며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유네스코에서도 유네스코 주재 위원국 대사들을 대상으로 접촉이 이뤄졌다.
이 당국자는 "메이지유신과 산업혁명은 다른나라 교과서에도 기록돼있는 등 워낙 잘 알려진 반면 강제 노동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우리가 한국인 5만7900명이 동원됐다는 역사적 사실을 제기하고 드라이브를 걸고 나섬에 따라 위원국들 사이에서 '쉽게 처리할 일만은 아니구나'하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그는 "위원국들 입장에서는 한국·일본과의 양자 관계가 매우 중요하고 한국과 일본 모두와 우방이며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어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들의 동향을 전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 "한국인 5만7900명이 강제 노동했고 그중 적지 않은 수가 살아있는, 과거지사가 아닌 현재 진행형의 문제"라며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우려를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간 위원국들의 의견을 청취해 몇 가지 복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이날 군함도 등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 23개 시설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라고 세계유산위원회에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전 세계 1만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 자문 기구로 세계유산협약 운영지침에 규정된 문화유산으로서 갖춰야 할 기술적 자격기준 6개 중 1개만 충족해도 등재 자격이 있는 것으로 권고한다.
6개 자격 기준은 걸작, 인간 가치의 교류, 문화적 전통 및 문명, 인류역사의 중요단계, 전통적 정주지나 육지·바다의 사용, 전통·사상·신조와 연관된 작품 등이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등재 신청된 세계유산에 대해 기술적 측면의 평가를 담당하며 등재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은 다음 달 28일부터 7월8일까지 독일 본에서 개최되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내려지게 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21개 위원국으로 구성되는 정부 간 위원회로서 현 위원국은 한국·일본을 비롯해 알제리·콜롬비아·크로아티아·핀란드·독일·인도·자메이카·카자흐스탄·레바논·말레이시아·페루·필리핀·폴란드·포르투갈·카타르·세네갈·세르비아·터키·베트남이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그간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에 우리 입장서를 수차례 전달하고 사무국 관계자 면담 등을 통해 우리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이번에도 통상적인 관례에 따라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기술적 측면만을 평가하여 등재 권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