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성완종 전 회장의 최측근인 박준호 전 상무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그가 검찰 압수수색을 앞두고 경남기업 증거인멸(증거은닉 포함)을 주도했다는 판단이 가능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성 전 회장의 또 다른 최측근인 이용기 비서실장도 증거인멸 과정에 깊숙히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영장이 청구될 경우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성완종 지시했어도 박준호 증거 인멸 '주도'

이날 진행된 박 전 상무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쟁점은 그가 1차와 2차 압수수색이 있기 전 증거인멸을 주도했느냐는 점이었다. 이와 관련 박 전 상무는 1차 압수수색 전에는 이미 언론에 검찰 수사 대상이라는 보도가 나왔던 만큼 사전 대비 차원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했지만, 2차 압수수색 전에는 성 전 회장이 '2차가 들어올 것 같으니 정리할 건 정리하라'고 지시해서 증거인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입장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상무 측 변호인은 "성 전 회장 지시가 있는데 박 전 상무가 회사 임원이면서도 그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있었겠느냐"며 "회사를 퇴사하지 않는 이상 '공범'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박 전 상무가 증거인멸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모든 과정에 단순하게 포함돼 있었던 게 아니라 주도적으로 지시하고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상무가 증거인멸과 관련된 의사 결정 과정 속에 있었기 때문에 빠져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또 성 전 회장이 사망한 상황에서 그의 지시에 따라 증거를 인멸했다는 측근들의 주장을 신뢰할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실상 증거인멸의 책임을 성 전 회장에게 모두 떠넘긴다는 것이다.

◇ 이용기는 박준호와 증거인멸 '공범'

박 전 상무가 증거인멸을 주도했다면 성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서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했던 이 실장은 증거인멸의 공범이 된다. 이는 검찰이 체포시한이 만료되는 25일 이 실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영장이 발부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남기업 홍보 담당 임원으로 거의 매일 회사에 출근하며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박 전 상무와 달리 이 실장은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 역할을 맡아 정치권 활동 등 대외 활동에 주력했던 점 등을 이유로 공범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박 전 상무 측도 사실상 이 실장을 증거인멸 공범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다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증거인멸된 자료 어떤 것들인가

박 전 상무는 두차례에 걸쳐 시도한 증거인멸에서 어떤 자료들이 파기되거나 은닉됐는지를 잘 모른다는 입장이다. 박 전 상무 측 변호인은 "조직적으로 분류해서 은닉하고 폐기한 게 아니고 성 전 회장 선에서 정리하라고 해서 밑에서 알아서 움직인 것이라서 어떤 자료가 없어진지 모른다"며 "검찰이 찾는 자료는 거기에 있을리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박 전 상무 등이 빼돌린 자료 속에는 검찰이 찾고 있는 '비밀 장부'는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 전 상무는 영장실질심사에서 본인이 담당했던 인사 관련 자료를 빼돌렸을 뿐 성 전 회장의 범죄사실과 관련된 자료가 빼돌려졌는지는 모른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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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