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성 전 회장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이용기(43) 경남기업 비서실장을 12시간 동안 조사했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22일 오후 2시께부터 다음날 오전 1시53분께까지 이 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뒤 귀가시켰다.
검찰 조사를마친 이 실장은 기자들의 '성 전 회장이 남긴 리스트에 나온 내용이 사실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 부분은 내용을 모른다"고 말했다. 리스트를 따로 관리 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없었다. 오늘은 그 부분은 얘기 안 했다"고 답했다.
성 전 회장이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인사들에게 돈을 줬느냐는 질문엔 "그 부분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금품 전달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도 "아니다. 그 부분은 모른다"고 말했다. 비밀장부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그 부분도 오늘은 전혀 그런 내용이 없었다"고 답했다.
이완구 총리의 부여선거사무소에 성 전 회장과 함께 갔느냐는 질문엔 "안 갔다"고 했다. 성 전 회장이 마지막 대책회의를 마치고 방문했던 곳으로 알려진 서울 리베라호텔 역시 "안 갔다"고 했다.
윤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과의 만남 여부에 대해서도 "그 부분도 확인하지 못했다"며 부인하는 취지로 답했다. 성 전 회장과 가졌던 마지막 대책회의 내용에 대해서는 "(특별한) 지시를 받은 것은 없고 변론 답변서 얘기만 했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계속되는 질문에 대부분 '모른다', '조사 받은 내용이 아니다'는 등의 취지로 말했던 이 실장은 검찰에서 무슨 내용을 조사 받았는지에 대해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계속 설명했다"며 "(성 전 회장이) 돌아가시기 전에 행적에 관해서 그 부분만 (조사 받았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2000년대 초반 경남기업에 입사한 후 비서로 발탁됐고, 2012년 성 전 회장이 국회의원이 된 뒤로는 수석보좌관을 지냈다. 긴급 체포된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와 함께 '성완종 리스트'의 실체를 밝혀줄 핵심 인물로 꼽히고 있다.
이 실장은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날인 지난 8일 밤 마지막 대책회의에 박 전 상무와 함께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이 윤 전 부사장을 찾아가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에도 동석해 대화내용을 녹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한 박 전 상무를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불러 비밀장부 등 성 전 회장이 남긴 다른 자료들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누가 그 자료들을 가지고 있는지, 어디에 보관 중인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또 경남기업 폐쇄회로(CC)TV를 꺼놓고 회계자료 등 내부 서류를 밖으로 빼돌리거나 일부 CCTV 화면을 삭제하게 된 경위 등에 대해서도 캐물었다.
검찰은 늦어도 23일 오후 늦게 박 전 상무에 대한 사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박 전 상무가 구속될 경우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첫 번째 구속자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