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전달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21일 성 전 회장의 최측근 인사들 중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를 가장 먼저 소환했다.
검찰은 또 이날 경남기업 등에 대한 3차 압수수색을 통해 현장 전도금(前渡金·공사현장 경비) 명목으로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대아건설, 대원건설산업 등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자료 등을 압수하고,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해 경남기업 본사의 폐쇄회로(CC)TV 원본 등을 확보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회사 CCTV를 통합 관리하는 1층 경비실뿐만 아니라 회장 집무실, 인사팀, 홍보팀, 회계·재무팀 등 관리본부가 위치한 3층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이날 오후 12시 25분께 경남기업에서 홍보·비서 업무를 총괄해온 것으로 알려진 박 전 상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박 전 상무는 검찰에 별도의 소명자료는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은 진술내용을 토대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당초 박 전 상무는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출석이 예정돼 있었지만 검찰 조사에 대비해 변호사와의 논의가 길어지면서 담당검사와 연락이 끊기는 등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박 전 상무는 비밀장부 존재 여부, 리스트에 오른 8명 외에 추가로 다른 인물이 존재하는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선 없다"고 말했다.
박 전 상무는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2003년 경남기업에 입사한 후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를 비롯해 비서·홍보부문 부장과 상무를 지냈다. 현재 경남기업 계열사인 대아건설·온양관광호텔의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박 전 상무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정치권 금품 공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키맨'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성 전 회장을 12년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핵심 측근인 만큼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전달한 구체적인 정황이나 방법, 액수 등을 상세히 알고 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박 전 상무를 상대로 성 전 회장이 정치권에 금품을 제공한 것이 사실인지, 성 전 회장의 로비와 관련한 명단이나 장부를 별도로 작성·보관하고 있는지, 다른 정관계 인사들에게도 금품을 제공했는지 여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 전 회장이 자살 전날인 8일 밤 마지막으로 가진 대책회의에서 중점적으로 어떠한 사항을 논의했고, 별도 지시나 당부 사실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박 전 상무뿐만 아니라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와 운전기사, 비서실장 등 다른 측근들도 차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오전 10시10분께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경남기업 본사에 수사팀을 보내 경비실, 지하주차장 등 회사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경남기업의 일부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증거자료를 인멸하거나 은닉한 정황을 잡고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물과 CCTV 영상 원본 등을 대조 분석하며 자료를 파쇄하거나 빼돌리는 등 증거 인멸 또는 은닉 사실이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성 전 회장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현장 전도금 명목으로 빼돌린 32억원의 구체적인 사용처를 확인하기 위해 대아건설, 대원건설산업에서 회계장부, 재무자료 등을 확보했다.
전도금은 새누리당 전당대회와 총선, 대선이 열렸던 2011~2012년에 전체의 절반을 넘는 17억원이 인출된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에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검찰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성완종 리스트'에 기록된 정치인 8명의 금전 액수는 16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전도금이 인출된 시점과 주로 어디에 사용됐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