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 SKC&C 합병은 대기업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으로 지적된다.
주요 대기업 그룹들은 규제 등 외부 환경에다 경영권 승계를 비롯한 내부 요인 때문에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 현대차 등의 경우 오너 3세 경영권 승계가 가장 큰 지배구조 개편 과제로 평가된다. 더욱이 순환출자 및 일감 몰아주기 규제도 지배구조 개편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의 사업구조 개편 촉진 움직임도 무시못할 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는 재계의 건의에 따라 선제적인 사업구조 개편을 지원할 수 있도록 '원샷법(사업재편지원특별법)을 제정할 방침이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SDS와 제일모직 상장 등으로 경영권 승계를 위한 큰 틀은 정비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순환출자 및 금산분리 규제 등은 삼성그룹이 풀어야할 현안으로 꼽힌다.
삼성그룹은 지난해부터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30여개에 달했던 순환출자 구조는 4월 현재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 등으로 정리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지분 23.2%)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지분 7.7%씩) 등 3세들이 순환출자의 정점인 제일모직의 최대주주로 사실상 그룹을 장악하고 있다. 삼성SDS 상장으로 최대 6조원에 달할 상속세 재원도 마련한 상태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3세 승계를 앞두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후 지주회사와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이부진 사장과 이서진 사장의 영역 분리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발목을 잡는다. 삼성생명 2대주주인 제일모직이 지주사로 전환하면 법적으로 금융지주회사(총 자산의 50% 이상이 자회사 지분)로 분류된다. 이 경우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등 비금융 자회사 지분은 매각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중간 금융 지주 제도가 해법으로 언급되나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은 낮다.
현대차그룹도 3세 경영권 승계 작업에 맞춰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취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 6.96%를 매개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이 순환출자고리에서 기아차 706만1331주(1.74%)와 현대차 6445주(0.00%)를 갖고 있을 뿐이다.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 지분(23.29%)을 팔아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88% 중 일부를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경 우 지배구조가 '정의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글로비스'로 바뀐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지난 2월 현대글로비스 지분 43.49% 중 13.39%를 매각해 1조1576억원을 마련한 상태다.
현대차는 이를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최근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도 순환출자 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현대제철은 현대모비스 지분 5%를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