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여건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2011년보다 훨씬 좋다. 역대 최고점인 2230선을 넘어 올해 중 2400선 돌파도 가능하다."
"실물 경기가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전형적 유동성 장세가 빚어낸 과도한 상승(오버슈팅) 측면이 강하다. 지금 추세가 지속되긴 어렵다."
국내 증시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연일 거침 없이 타오르기 시작하면서 '낙관론'과 '신중론이 교차하고 있다.
다수의 증시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리 수준이나 외국인 투자 자금의 유입 규모 등에서 현재의 상황이 2011년 보더 훨씬 낫다는 점을 근거로 당분간 우리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유럽중앙은행의 풍부한 유동성 공급과 미국 금리 인상 예상 시점의 지연 등에 따라 외국인 투자 자금 규모가 올들어 2011년에 비해 세 배나 많아졌고,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중 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특히 우리 증시가 다른 선진국 증시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인식에, 일부 기업들의 1분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더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역대 최고치인 2228.96을 조만간 넘어서고, 올해 중 2400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반면 외국인 의존도가 높은 최근 우리 증시의 급격한 변동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외국인 수급이 갑자기 빠질 경우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내지는 유로존 이탈(그렉시트)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고, 국내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벗어날 경우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코스피는 역대 최고치인 2011년 5월 2일의 2228.96에 급접하고 있다. 지난 14일 2100선을 넘어선 뒤에도 연일 신기록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17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60포인트(0.17%) 상승한 2143.50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일 2020선을 돌파한 후 보름만에 무려 120포인트 넘게 오른 셈이다. 이달 들어 단 2거래일을 제외하고 매일 상승했다는 점에서 가히 욱일승천의 기세라 할 만하다.
◇ 힘 실리는 '낙관론'
증권가에는 낙관론이 팽배하다. 단기 과열 기미가 있지만 강세장 흐름이 쉽게 꺽이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큰 모습이다.
교보증권 김영준 리서치센터장은 "일단 현재 상태에서 국내 증시 저평가가 부각되며,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강한 데다 국내 기업들 실적도 예상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 흐름 자체는 계속 위쪽으로 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특히 "하반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 이벤트를 지켜봐야 겠지만 글로벌 수급 상황, 낮은 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올해 코스피가 역대 최고치인 2228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나대투증권 조용준 리서치센터장도 "저금리, 저유가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이라는 호재도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졌다는 점이 최근 코스피 강세의 가장 큰 요인"이라며 "올해 상반기에 2200선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특히 올해 코스피가 '상저하고' 흐름을 예상하면서 하반기에 장이 더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당국이 적극적으로 통화 완화 정책에 나서고 있어 하반기에는 장이 더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고 내년까지 상승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 조익재 리서치센터장은 "기본적으로 이익 증가가 나오는 해이기 때문에 주가는 상승한다고 보는게 맞다"며 "얼마나 오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과 같은 중소형주의 단독 강세장 보다는 대형주 쪽에도 외국인 자금이 유입이 있기 때문에 동반 강세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유와 조선 업종의 턴어라운드만 이뤄진다면 2400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 "유동성 장(場) 한계"…'신중론'도
추가 상승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신중론자들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변화하지 않았음에도 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때문에 최근 코스피 랠리가 일시적인 과도한 상승(오버슈팅)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그리스 유로존 탈퇴 가능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시점 논란, 중국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여부, 국내 기업들 1분기 실적 발표 등 대내외 변수에 따라 충격을 받을 수 있으며, 그 때는 하루 아침에 시장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KDB 대우증권 안병국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우리 증시를 보면 펀더멘털 부분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좋아져 지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유동성에 의해 밀려 올라가는 부분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 경기는 살아나는 상황이지만 미국 경기는 기대했던 것 만큼 좋아지는 것이 아니고 중국이나 한국 경기도 썩 좋은 것은 아니란 점을 본다면 증시가 이렇게 강하게 상승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닌 것 같다"며 "유동성 장은 결국 한계는 있다"고 전망했다.
안 센터장은 증시의 추가적 상승의 걸림돌도 작용할 변수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중국의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 편입 여부, 국내 기업 실적 우려 등을 지목했다.
그는 "5월 말 부터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얘기가 나올 것"이라며 "신흥시장 입장에서는 유동성이 약화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센터장은 " 2분기 후반에 중국의 MSCI 편입 여부가 결정되는데 여기에 편입되면 신흥 시장 내에서 한국의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어 외국인의 매수 강도를 약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다음 주부터 기업들의 실적이 발표 되면 과연 높아진 기대치가 얼마만큼 충족시킬 수 있느냐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엠투자증권 임노중 투자전략팀장도 "기업실적이나 경기 쪽, 펀더멘탈 쪽은 그리 좋지 않고 국내외적으로 경제성장률이 하향조정 돼 있다"며 "미국 1분기 기업실적도 좋지 않고 그리스 문제와 같은 불안 요인도 여전히 내재 돼 있어 현재와 같은 주가상승은 지속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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