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이었던 홍문종(60) 새누리당 의원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는 문건을 남기면서 '성완종 리스트'가 박근혜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 의혹으로 확대되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에 적힌 유정복 인천시장 등도 2012년 대선 당시 캠프내에서 핵심 직책을 맡았던 만큼 이들의 금품 수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박근혜 정부의 근간이 흔들리면서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성완종 리스트'는 박 대통령의 2007년 당내 대선 후보 경선 과정과 2012년 대선 과정에서 금품이 오고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박 대통령으로선 가장 예민하면서도 치명적인 두 부분을 모두 건드리고 간 것이다. 그만큼 자원외교비리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친박계 핵심들에 대한 배신감과 원망이 깊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우 성 전 회장이 각각 10만달러와 7억원을 제공했다는 시점이 2006년과 2007년이고, 11일 경향신문이 추가 공개한 성 전 회장 인터뷰에서 홍 의원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성 전 회장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다. 물론 홍 의원은 이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은 인터뷰에서 "(2012년) 대선 때 홍 본부장에게 2억원 정도를 현금으로 줬다"며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이)통합하고 매일 거의 같이 움직이며 뛰고 조직을 관리하니까 해줬다"고 주장했다.
2억원의 사용처와 관련, 성 전 회장은 "이 사람도 대통령 선거에 썼지, (돈도 많은데) 개인적으로 먹을 사람은 아니잖습니까"라고 말했지만, 대선자금으로 회계처리 여부에 대해선 "뭘 처리해요"라고 말하며 부인했다.
리스트에는 또 성 전 회장이 지난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현금 1억원을 전달했다는 주장 뿐만 아니라 '부산시장 2억원'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리스트에 등장한 8명 중 유일하게 익명으로 적힌 '부산시장'은 서병수(63) 부산시장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서 시장은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사무총장이었다. 유정복 인천시장의 경우 이름 옆에 '3억원'이라고 적혀 있는 만큼 성 전 회장이 그에게 해당 액수의 현금을 전달했다고 주장했을 가능성이 높다. 유 시장은 2012년 당시 박근혜 캠프 직능총괄본부장이었다.
2006년과 2007년에 각각 10만 달러와 7억원의 금품을 받은 의혹이 있는 김기춘·허태열 전 실장은 2007년 박근혜 당내 대선 후보 캠프 법률지원위원장과 직능총괄본부장으로 활동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거의 대부분 인사들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전부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홍 지사 측 인사가 금품 수수 사실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이 리스트가 신빙성이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며 "아마도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다면 거기서부터 출구를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특히 "성 전 회장이 박근혜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 위한 첫 과정(2007년 당내 경선)과 마지막 과정(2012년 대선)을 모두 문제 삼은 것은 매우 전략적인 것으로 보여진다"며 "성 전 회장의 유언과도 같은 이 '덫'에서 현 정부가 헤어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