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초빙교수 자격으로 강의하고 있던 본회퍼는 히틀러 치하의 조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옳은지 미국에 머물러 있는 것이 옳은지 고민하고 있었다. 1939년 6월 26일, 본회퍼는 평소의 습관을 따라 말씀을 묵상하던 중, "너는 겨울 전에 어서 오라"는 디모데후서 4:21 말씀에 마음이 부딪혀서 결국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그 해 여름 본회퍼는 독일로 돌아갔고, 그 이후는 우리가 잘아는 것처럼 히틀러 암살단을 조직하여 활동하다가 사로잡혀 결국 1945년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위의 본회퍼 사례는 전형적으로 역사-문법적 정황을 벗어난 말씀 적용의 경우로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본회퍼의 말씀묵상은 잘못된 것일까? 말씀묵상의 결과 독일로 돌아가서 결국 사형당하게 된 그의 적용은 잘못된 것일까? 잘못된 큐티로 인해 본회퍼가 불필요한 죽음을 맞았다고 봐야 할까? 이와 같은 큐티의 자의적, 인위적 부분때문에 최근 성서학자들은 큐티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큐티가 성경본문을 잘게 쪼개서 성경의 전체 큰 주제를 보지 못하게 하고 개인주의적 신앙에 빠지게 하며, 성경이 말하는 바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말씀에서 찾으려고 한다는 비판도 자주 제기된다.
한국교회탐구센터는 4월 25일에 성락성결교회(담임 지형은 목사)에서 제5차 교회탐구포럼을 개최해 "한국 교회 큐티 운동 다시 보기"란 주제로 이 문제를 다룬다. 한국 교회에 큐티가 소개된 지 40년이 넘었다. 이제 한국 교회 안에서 큐티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큐티가 한국 교회와 성도들에게 보편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큐티 잡지도 시중에 20여 종이 넘게 발간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분위기는 분명 수그러 든 것이 사실이다. 성서학자들의 비판도 많이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탐구센터는 큐티의 정당한 자리매김과 역사적 평가를 시도하고 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이번 포럼을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교회탐구센터의 최삼열 대표간사는 큐티에 대해 "메시지의 민주화를 이룬 측면이 있다. 과거에는 주일에서 목회자의 설교를 통해 주로 말씀을 들었다. 하지만 큐티를 통해 평일의 삶 속에서 개인들이 말씀을 통해 하나님을 알아가고 하나님의 인도를 받는 문화가 생겼다. 이것은 굉장한 변화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요즘 얘기를 들어보면 큐티는 유행이 지난 듯한 느낌이다. 다른 쪽에선 성서학자들이 큐티를 비판하고 있다. 대부분 맞는 얘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큐티를 하지 말자는 거냐. 큐티는 올바른 해석을 할 수 있는 신학자만 하는 거냐"라고 반문하며 큐티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올바른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번 포럼은 세 명의 발표자가 나선다. 정성국 교수(ACTS, 신약학)는 "큐티를 위한 성경해석학적 변명: 성경해석학적 입장에서 본 한국 교회의 큐티"라는 제목으로 해석학의 문외한인 평신도들의 큐티를 격려하는 발표를 맡게 된다. 이어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 교회사)는 "경건주의와 말씀을 통한 교회 갱신"이라는 제목으로 경건주의와 오늘날의 큐티가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교회 갱신을 역설하는 발표를 맡았다. 마지막으로 송인규 소장(한국교회탐구센터, 조직신학)은 "한국 교회와 경건 훈련: 새벽기도회에서 큐티로"라는 제목으로 새벽기도회 위주의 신앙 행태가 어떻게 큐티로 변화되었는지, 그 이면에 한국인의 심성이 공동주의/가족주의에서 개인주의로 변화했는지를 탐구한다.
한편 주최 측은 "큐티를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에 잘 안다고 생각하기 쉽다. 초보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포럼을 통해 큐티의 해석학적, 역사적, 한국적 진폭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한 때의 유행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우리는 아직 큐티의 이면을 제대로 탐구해 보지 않았다. 모든 성도들이 매일의 삶에서 말씀을 묵상하게 하는 것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본질이다. 그것이 큐티의 힘"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