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취임 후 처음 가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의 화두는 단연 '경제'였다.

문 대표는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공정한 경제를 추구하는 '새경제(New Economy)'로 대전환을 촉구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소득주도 성장론을 제시했다.

'새경제'는 이날 문 대표가 처음 언급한 표현이다. '대한민국 경제 크게 보고, 크게 바꿔야 합니다'란 제목의 연설문에는 '경제'라는 단어가 무려 99번이나 들어갔다. 연설문 제목까지 포함하면 100번이다. '소득'과 '성장'이란 단어도 각각 56회와 43회 언급되는 등 비중 있게 다뤄졌다.

문 대표는 연설의 대부분에서 '경제'를 언급했지만 박근혜정부의 무능과 실정을 부각하는 데도 적지 않은 비중을 할애했다. 특히 경제양극화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각종 수치를 제시한 것도 화제를 모았다.

연설문의 처음과 끝을 1971년 신민당 대통령 후보 김대중의 장충단공원 연설 "특권경제 끝내겠습니다"를 인용한 것도 특징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중경제론'을 잇는 새정치연합만의 경제론이 있어야 한다는 문 대표의 소신이 반영됐된 것이라는 후문이다.

문 대표가 지난 대선 시절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사람이 먼저인 나라'를 경제에 응용한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도 관심을 모았다. 이밖에 ▲세월호 인양과 시행령 철회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비리조사 ▲안보 ▲남북경제협력 등의 의제는 연설 마지막 부분에서 짧게 언급했다.

◇'새경제' 촉구…소득주도성장론 제안

문 대표는 "저는 한국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경제(New Economy)를 제안한다"며 "새경제가 기반하는 생태계는 공정한 경제이고, 성장의 방법론으로 소득주도 성장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정한 경제는 시장경제의 강점을 살리면서 동시에 국민 경제 구성원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경제구조"라며 독일과 같은 히든챔피언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한 뒤 중소기업 지원책으로 이탈리아의 '네트워크계약법(Network Contract Law)'을 모델로 제시했다.

그는 "기존의 성장전략으로는 '공정한 경제'를 이룰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성장자체를 이룰 수도 없다. 경제의 성장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소득주도성장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임금소득 실질상승 ▲자영업 종사자 대책 ▲생활비 경감 대책 ▲공정한 세금을 제안했다.

그는 새경제의 철학으로 '사람중심의 경제'를 제시하고 "돈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인 나라로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경제에서도 사람이 먼저다.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복지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동시에 강력한 성장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복지는 공짜, 낭비라는 낡은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람에 투자하면, 생활비는 내려가고 삶의 질은 높아질 것"이라며 "일자리가 창출되고 소득은 높아질 것이다. 소비가 진작되고, 투자는 확대될 것이다. 소득불평등은 작아지고, 사회의 역동성은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실정 부각…"정직하지 못한 정부"

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와 복지, 사회대통합 등 대선공약 불이행을 비판하며 "국민입장에서는 배신당한 2년이었다"며 "국가가 위기에 놓였는데 정부는 여전히 불공정하고 정직하지 못하다"고 정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입으로는 국민의 고통에 공감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불공정한 세금정책을 펴고 있다"라며 "공정하지 못한 시장, 공정하지 못한 분배, 공정하지 못한 세금의 배후에 공정하지 못한 정부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각종 경제 수치를 제시하고 "이렇게 왜곡된 경제는 세계적으로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렇게 가다간, IMF 국가부도 사태 보다 더 큰 '국민부도시대'가 올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말정산 사태에 대해서도 "정부는 2500만원 이하 과세미달자까지 포함시켜서 85%가 세 부담이 늘지 않았다며 또 다시 정직하지 못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무려 541만명에게 세금을 환급하게 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황당한 잘못을 하고도 누구 한사람 책임지는 사람,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만이 내수 활성화를 통해 서민과 중산층을 보호하고 새로운 성장의 활력을 만들 수 있다"며 "성장으로 이룬 소득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합니다. 부채주도가 아닌 소득주도성장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정부 경제 정책의 전면적 전환을 촉구했다.

◇세월호·사자방 비리조사·남북경제협력 등도 언급

문 대표는 세월호 문제와 관련, "세월호에 사람이 있다. 비용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며 세월호 인양을 주장했다. 또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철회를 촉구하며 "특조위가 진상규명 전반과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법제도 개선까지 다룰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른바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비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손해배상을 촉구했다. 4대강 사업에는 "여기에 들어간 국고 22조원이면 연봉 2200만원 일자리를 무려 100만개 만들 수 있고, 이 중 10조원이면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해외자원개발 문제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최대 규모의 예산 낭비, 최대 규모의 혈세탕진, 최대 규모의 정권차원 비리", 방산 비리에 대해서는 "국가안보에 구멍을 뚫고 안보를 돈과 바꾸는 매국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는 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여당의 무능함을 부각하는 한편 "남북경제공동체와 북방경제는 한반도 경제의 출구일 뿐만 아니라 정체된 한국 경제의 꿈과 희망이기도 하다"며 남북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5·24조치 해제를 촉구했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15.04.09.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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