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이 삼성종합화학 등 화학 계열사 지분 처분·취득 일자를 조율하지 못해 혼란을 빚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1월 방산 계열사인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화학 계열사인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을 1조9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케미칼은 지난달 31일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결정 정정 공시를 냈다. 이는 풋옵션 등 추가 계약 체결에 따른 것이다. 이 공시에서 한화케미칼은 삼성종합화학 주식 1531만9432주(26.85%)를 5080억7783만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주식 취득 예정일자는 오는 6월30일.
그런데 삼성종합화학을 한화 측에 매각하는 삼성물산과 삼성SDI의 공시에는 주식 처분 예정 일자가 다르게 기재돼 있다. 한화케미칼과 같은 날(지난달 31일)에 공시를 한 삼성물산과 삼성SDI는 주식 처분 예정 일자를 이날(3일)이라고 공시했다. 이 공시에서 삼성물산과 삼성SDI는 각각 1275만10주, 575만2281주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삼성 측은 삼성종합화학 주식 처분 일자를 이날로, 한화 측은 같은 주식 취득 일자를 6월30일로 공시한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 측과 한화 측이 주식 취득과 처분 일자를 놓고 의견 조율을 제대로 하지 못해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의 주총이 연기됐다. 삼성물산과 삼성SDI의 공시에 따르면 이날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의 주총이 열려 매각 안건이 처리된 후, 한화 측에 지분을 넘겨야 했다. 하지만 주총은 열리지도 않았고, 한화 측은 계획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삼성 측과 한화 측의 속내가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 측은 지난해 11월 계약을 체결한 만큼 서둘러 인수 작업을 끝내려는 듯 보인다. 한화 측과 일정과 시기 등을 조율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실제로 이날 결국 주총이 열리지 않았지만, 전날까지만 해도 삼성물산 관계자는 "주식 처분 일자를 3일로 공시했기 때문에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삼성SDI 관계자도 "공시됐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본다"며 "연기된다면, 정정공시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한화 측은 인수 작업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현재 고용조건과 처우, 위로금 지급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인수 작업을 진행할 경우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불필요하게 노조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사전 정지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한화는 이달 중으로 화학 계열사 인수를, 상반기 내로 방산 계열사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운 만큼, 그에 맞춰 인수를 끝내면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한화 측은 화학 계열사 지분 인수를 추진하면서, 삼성테크윈 노조 등 방산 계열사의 움직임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지난달에는 화학 계열사와 방산 계열사 근로자들이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앞에서 매각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여기에 삼성테크윈 노조는 파업을 결의했다. 삼성테크윈 노조 측에 따르면 쟁의 행위(파업) 찬반투표에서 기업노조 1793명 중 1571명, 금속노조 1205명 중 1094명이 찬성표를 던져 파업이 가결됐다. 재적 조합원 기준 총 찬성률 88.9%(투표인 기준 97.1%)를 기록했다.
삼성테크윈 노조 관계자는 "오늘 오후에 대의원 회의를 열어 파업 시기와 방법 등을 조율할 것"이라며 "압도적 지지율로 파업이 가결된 만큼 노조는 앞으로 합법적인 쟁의행위와 파업을 통해 사측과 맞서 싸워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