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무신론자였던 이어령 교수가 회심하여 세례를 받은 사건이 한국사회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70대 중반의 노교수가 평생 걸어온 길을 갑자기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기독교에 대한 비판적 지성인이었던 그분이 전도가 양양하던 미국의 판사이던 딸 이민아 씨가 병과 가정사로 무너져 나아가는 것을 보면서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딸의 여러 차례의 암투병, 외손주의 심각한 자폐증과 치유를 위한 하와이로의 이주, 망막손상으로 딸이 실명에 이르는 것을 보면서 속수무책이던 아버지는 결국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만약 민아가 어제 본 것을 내일 볼 수 있고 오늘 본 내 얼굴을 내일 또 볼 수만 있게 해주신다면 저의 남은 생을 주님께 바치겠나이다.” “아주 작은 힘이지만 제가 가진 것이라고는 글을 쓰는 것과 말하는 천한 능력밖에는 없사오니 그것이라도 좋으시다면 당신께서 이루시고저 하는 일에 쓰실 수 있도록 바치겠나이다.”
하나님은 이 기도에 응답하시어 망막손상에서 기적적으로 딸을 고치시고 아버지 이어령을 회심의 길로 인도하였습니다.
회심(回心, conversion)이란 마음을 돌이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등을 보이면서 걸어가던 사람이 마음의 방향을 바꾸어 하나님을 향하여 걸어가는 것입니다. 거듭난 사람이 죄를 향해 나가다가 삶의 방향을 바꾸어 하나님께로 가는 점진적인 과정이 바로 회심입니다.
180도로 방향을 바꾸어 살아가는 새로운 신자는 점차적으로 세상적인 습관을 바꾸면서 예수님의 형상을 회복하여 갑니다.
따라서 중생(重生, born again)이 순간적인 사건이라면, 회심은 점진적인 과정입니다. 이는 시간을 필요로 하는 거룩함을 향한 길입니다.
회심은 전통적으로 두 과정의 결합으로 이해되어 왔습니다. 그 하나는 과거의 죄악된 삶에서 돌이키는 회개(悔改, repentance)와 하나님을 향하여 믿음을 결단하는 신앙(信仰, faith)입니다.
전자가 소극적인 과정이라면 후자는 적극적인 과정입니다. 이 둘은 별개의 과정이 아니라, 한 변화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죄를 혐오하여 끊는 사람은 하나님에 대하여 간절한 마음으로 거룩함을 구하게 됩니다.
이러한 회심은 개인적으로 후회와 뉘우침과 부끄러움과 죄에 대한 강한 혐오를 나타내지만, 하나님을 향한 간절함과 사랑과 열망과 즐거움을 같이하려는 열정을 가져옵니다.
개인의 회심은 가정의 회심으로 이어지고, 결국은 지역사회와 민족과 국가의 회심으로 이어져 부흥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회심은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을 불러오는 부흥의 현관입니다.
#민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