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한 변호사가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프로보노를 조용히 실천하여 중국동포 사회에서 칭송이 자자하다. 화제의 인물은 법무법인 동우의 김종주 변호사다.
김 변호사는 2011년 다문화 어린이를 위한 배움터인 지구촌학교를 설립한다는 소식을 듣고, 설립자인 김해성 목사(사단법인 지구촌사랑나눔 대표)를 만나 매월 200만원의 후원금을 50개월 간 내겠다고 약속했다. 마침내 금년 2월 50개월을 채움으로써 약속한 총 1억원의 후원금을 완납하게 된 것이다.
약속한 후원금을 다 낸 후 그는 김해성 목사에게 편지를 썼다. 그는 편지에 "할 수 있도록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적었다. 그 소식을 들은 지구촌학교의 교직원과 학생들은 감사한 마음에 눈시울을 적셨다.
사실 김 변호사가 지난 50개월을 순탄하게 생활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모친도 암에 걸려 투병 생활을 해 왔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중국동포의 권익증진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는 차별을 호소하며 재외동포법의 전면적인 시행을 요구하는 중국과 구 소련지역 동포들의 눈물을 봤다. 그래서 재외동포법의 전면 시행을 위해서 헌법소원을 대리하게 됐다. 헌법재판은 변호사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돈을 받기는커녕 돈을 내면서 하는 일이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은 미국과 일본에 사는 동포는 사증 발급 시 한국에 머물 기한을 사실상 제한받지 않지만, 중국동포와 구소련지역 동포는 방문취업제에 따라 체류기한을 최장 5년으로 설정해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 당시 헌법소원을 맡은 김종주 변호사는 "비자 발급이 통치권 행위라 할지라도 헌법에 따라, 헌법을 준수하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하는 만큼 비자 발급에서 조선족 동포를 차별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동포들을 위해 때로는 무료 변론을 하기도 했다. 그와 김해성 목사의 인연은 사법연수원(34기) 시절이던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수원 실무교육 차원에서 구로구 가리봉동 지구촌사랑나눔에 출근하여 하루에도 수십 건씩 밀려드는 산재, 임금체불, 폭력, 이혼문제들에 봉착하여 어쩔 줄 모르는 중국동포들을 보았다. 그 후 변호사가 되어 사무소를 개업하고 나서도 그 때 만났던 중국동포들의 어려움을 잊지 않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는 한국에 온지 사흘 만에, 공장에 근무한지 하루만에 가스폭발로 치료 도중 사망한 중국동포사건이다. 전신화상을 입고 붕대로 동여맨 환자가 보상을 받지 않겠다고 서명을 했다는데 어이가 없었다. 사망을 한 동포 노동자는 2년여를 냉동실에 방치되었다가 김 변호사의 수고로 보상을 받고서야 장례가 치루어졌다.
지구촌학교에 재학 중인 200명의 학생과 50여명의 졸업생들은 3월 31일 김 변호사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기념식을 갖기로 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김 변호사는 극구 사양했지만, 학생들은 감사 모임을 강행하기로 했다.
지구촌학교는 2011년 학교 건립 시,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한편 이웃사랑도 몸소 실천하는 김 변호사의 뜻을 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해 학교 건물에 김변호사를 기념하는 동판을 세우기도 했다.
지구촌사랑나눔의 대표 김해성 목사는 "김 변호사 같은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표상이 있어 한국 사회는 희망이 있다"고 말하고, "이 같은 봉사와 후원이 있기에 이주민들도 숨통이 트이고 우리 같은 민간단체들도 활동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사랑의 실천이 풍성해야 문명국가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김종주 변호사는 지난 10년 간 지구촌사랑나눔 이사와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의 무료법률상담 변호사로 일하면서, 지금도 중국동포에 대한 사랑의 끈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김 변호사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가사와 형사에 대한 자세한 법원의 판결이나 실무례를 올려, 법률 공부를 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공론의 장을 열고 있다.
그의 블로그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정답은 사람에게 있고 그 사람과 사람 가운데 사랑 속에 있음을 실감합니다. 법은 그 다음입니다."
김 변호사의 연락처는 법무법인 동우, 직통 전화 02-583-7600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