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혼자 대상 만남 주선 서비스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접속 차단 해제가 결정되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간통제 위헌 결정이후 빨빠르게 국내에 재상륙한 이 사이트를 둘러싸고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통신심의소위위원회를 열고 불륜 조장 논란이 일었던 A사이트의 접속 차단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캐나다에 본사를 두고 있는 A사이트는 인터넷상에서 기혼자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 36개국에서 서비스가 되고 있고, 가입자 수는 약 25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사이트는 별도의 본인 인증절차 없이 성적 취향 등 간단한 정보만 입력하면 바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A사이트에 실제 접속하자 한눈에 들어오는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만남을 원하는 여성들의 개인 신상 정보는 물론이고 어렴풋하지만 얼굴 사진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이 사이트는 남녀 회원들끼리 연결해주는 명목으로 적잖은 비용을 요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매칭이 되는 남녀 간 메시지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이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크레딧이 필요하다.
기본 100크레딧 가격은 한화로 7만9000원이다. 100크레딧으로는 메시지를 몇 번만 주고받아도 소진되고 만다. 좀 더 많은 메시지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500크레딧 (24만원), 1000크레딧(40만원)을 구입해야하지만 비용이 결코 만만치가 않다.
앞서 지난해 3월 A사이트는 국내서 첫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불륜 조장 논란이 일자 방심위에서 간통 방조 이유로 접속을 차단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A사이트도 국내 서비스를 재개, 불과 보름여만에 수천명의 국내 기혼 남녀들이 가입하는 등 회원수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홍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불륜을 조장하는 내용의 정보를 정보통신망에서 유통하는 것을 규제한다는 내용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12일 발의했다.
간통죄 폐지 후 법적 단속 근거가 사라지자 서비스를 재개한 에슐리 메디슨을 포함해 국내 유사 사이트 유통을 제재하겠다는 목적이다.
기혼자 대상 만남 주선 서비스를 접한 시민과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대부분 "불쾌하다" "얄팍한 상술에 불륜을 조장한다"는 반응들이다.
트위터리안 'god****'는 "A사이트의 광고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다"며 "한평생 함께 하기로 한 배우자에게 집중하지 마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학생 주영호(26)씨는 "쾌락에만 치중한 무분별한 광고로 잘못된 성문화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될 수 있다"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왜곡된 성 문화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33)씨는 "간통죄가 폐지됐다고 해서 불륜을 조장하는 사이트를 차단하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불륜을 조장하는 얄팍한 상술이 대한민국이 놀아난 꼴"이라고 맹비난했다.
또 다른 누리꾼 아이디 'suk*****'는 "가입 제한이 없어서 타인 사진을 도용하거나 청소년들도 이용할 수 있는 등 문제점이 많다"며 "성적 자기 결정권에 따라 자신의 성적 욕구를 무분별하게 표현할 것 같아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기혼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남 주선은 윤리적으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송재룡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결혼을 통해 정해진 배우자 외에 다른 이성과의 육체적·정서적 친밀 관계를 맺는 것은 분명한 비판의 대상"이라며 "기혼자로서 지켜야 할 책무나 도덕적인 도리를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형법상 간통죄는 없어졌지만 민사상의 책임이나 도덕적 양심의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불륜은 전세계적으로 금기시되고 잘못된 행동이라고 여겨지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사이트 등 기혼자를 대상으로 만남을 주선하는 사이트들이 일부 사람들에겐 일탈의 통로가 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불륜을 알선하거나 조장하는 것은 도덕적·윤리적으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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