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가 지난해 말 임기 중 퇴임한 문덕규(63) 전 사장의 인사 항명으로 최근 내홍을 겪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문 전 사장은 지난 18일 SK네트웍스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신을 퇴진시킨 김창근(65)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보냈던 메일 내용을 공개했다.

SK네트웍스 전직원에게 메일을 보낸 것은 김 의장에게 임기 중 돌연 사임하게 한 배경을 물어봤으나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사장은 이메일에서 "40년 SK를 떠나면서 많은 고민 끝에 그룹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몇가지 고언을 남기고자 한다"고 운을 뗀 뒤 "SK의 건전한 성장 발전과 구성원의 자긍심을 지키고자 하는 충정을 이해해 달라"고 직원들에게 먼저 양해를 구했다.

이어 김 의장에게 "지난해 말 '이제 그만 내려놓으세요'라는 말 외에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며 "SK네트웍스 대표이사를 물러나야 하는 사유를 말해 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국내 3대 그룹에서 임기 중인 CEO를 아무런 사유나 설명도 없이 퇴임시키는 관행은 중단되고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당하게 만나 제 얘기를 듣고 저를 이해시키고 설득시켜 달라. 그래야 오랜기간 그룹에 봉직하고 떠나는 많은 분들이 행복한 마음으로 떠나 그룹을 계속 응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복역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과거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에 대해서도 "그룹의 미숙한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기인한 것인데 그룹의 매니지먼트 수준이나 신상필벌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전 사장은 이메일을 보낸 지 5~10분 만에 다시 회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는 김창근 의장의 인사권 행사에 계열사 CEO가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파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반 직원들을 향해 수뇌부의 위기관리 미숙, 인사의 형평성 결여 등을 거론한 것은 '세력결집'을 시도한 것으로 비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비슷한 불만을 지닌 임직원들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수의 SK 관계자는 "문 전 사장이 지난 18일 이메일을 보냈지만 바로 회수 조치해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직원들이 많다"며 "문 전 사장이 오해를 만들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스스로 회수 요청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말 그룹 및 계열사 인사에서 60대 CEO들을 50대 초반으로 교체, '젊은 피를 수혈'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쇄신했다"며 "실제 새로 선임된 문종훈(55) SK네트웍스 사장과 박정호(51) SK C&C 사장은 50대 초중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 전 사장이 물러나는 과정에서 김 의장과 의사소통에서 약간의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그 둘은 40여년간 SK에 함께 몸담았고 연배도 비슷한 사이로, 지금은 오해를 푼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문 전 사장은 SK E&S 영남에너지 사장과 SK E&S 사장 등을 거쳐 2013년 2월 SK네트웍스 사장으로 취임했으나 임기 중인 지난해 12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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